오피니언 사설

클린턴의 “TPP 반대”가 미칠 후폭풍에 대비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지난 11일(현지시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한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반대할 것이고, 대통령으로서도 반대할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TPP는 미국·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한국도 가입의사를 밝힌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이를 공격해 온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클린턴이 당선되면 TPP 지지로 돌아설 수 있다”고 하자 클린턴이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12개국 간 협상을 마친 TPP는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돼도 재협상을 통해 미국 측 입장을 추가 반영하거나 아예 폐기될 수도 있는 위기상황을 맞았다. 한국 입장에선 TPP가 무산돼도 참여 12개국 중 멕시코를 제외한 11개국과 양자 무역협정을 맺고 있어 별 타격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클린턴 발언이 이번 대선의 승부처로 꼽히는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디트로이트에서 경제정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선거전이 치열해지면 백인 노동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선명성’ 경쟁이 가속화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는 차기 정권의 보호무역 바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불이익을 최소화하려면 대미 공식 채널은 물론 민간 라인까지 총동원해 미 대선 후보 진영들에 대한 소통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클린턴이 이날 “국무장관 재직 시절 환율 조작 및 지적재산권 절도행위와 같은 불공정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 열심히 싸웠다”고 강조한 점도 주목된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무역검찰관을 임명하고 관련 법 집행 관리를 세 배로 늘리며 규칙을 위반하는 국가에 대한 맞춤형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구체적인 대처방법까지 제시했다.

 물론 ‘불공정 관행’의 상당수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미 무역 흑자국이자 환율 감시대상국에 오른 한국으로선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가 수출 차질로 이어지지 않도록 미리 대비해야 한다. 보호무역주의의 불똥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