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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선수 입양 불허…‘중국피’ 한국 탁구 대표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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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우올림픽 여자 탁구 경기에 출전한 전지희 선수

”국제대회 출전 이나 국적 취득을 위해 입양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 수긍하기 어렵다“

법원이 중국 국적의 청소년 탁구선수 입양에 제동을 걸면서 ‘탁구 유망주’ 입양을 둘러싼 적절성 논란도 수면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서울가정법원은 한국인 김모씨 부부가 중국인 탁구선수 K양(19)을 입양하기 위해 낸 미성년자 입양허가 신청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김씨 부부는 ”실력이 뛰어난 중국의 인재를 한국으로 귀화시켜 국가대표로 키우겠다“고 신청서에 적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고심끝에 ”K양이 김씨 부부와 별다른 친분이 없고 친부모 밑에서 중국의 명문대에 진학하는 등 그 동안 맺은 사회관계를 손상하면서까지 입양돼야 할 필요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K양을 포함해 올 들어 법원에 접수된 중국인 탁구 유망주의 입양신청 4건 가운데 2건은 K양에 대한 신청이 기각된 후 곧바로 취하됐다.

중국 탁구 선수의 ‘한국행’은 대부분 이들을 한국 국적의 탁구 선수로 키우기 위해서다. 한국 양궁에 비교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중국 탁구의 현실도 이 같은 현상에 불을 지피고 있다는 관측이다. 미성년자의 경우 입양과 함께 특별귀화 신청이 가능해 ‘거주기간 3년’의 일반귀화 요건이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탁구 유망주 입양에 대해선 찬반이 팽팽하다. 찬성 측은 ”스포츠 선수의 특별귀화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입양 문턱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다. 반대측은 ”부모와 자녀관계를 맺는 입양제도를 남용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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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런던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에 나선 당예서(왼쪽) 선수와 석하정 선수

중국 탁구 유망주의 한국 국적 취득은 2000년대 들어 속도가 붙었다. 등록 선수만 3000만명이 넘고, 수십 년 동안 세계 무대를 주름잡는 중국에서 대표 선발에 밀린 선수들이 줄을 이어 한국행을 택했다.

중국 청소년 대표 출신인 당예서(35ㆍ대한항공)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당예서는 2000년 4월 입국한뒤 대한항공 연습생으로 한국 탁구와 인연을 맺었다. 당예서가 대한민국 여권을 받아 든 것은 2007년 8월. 이듬해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당예서는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예서의 훈련 파트너로 2001년 한국에 온 석하정(35ㆍ대한항공)도 당예서와 함께 ‘코리안 드림’을 이룬 케이스다. 석하정은 2007년 귀화한 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단체전 은메달을 따냈다.

한국 여자 탁구 대표로 이번 리우 올림픽에 참가한 전지희(24ㆍ포스코에너지)는 2008년 탁구 코치인 아버지의 권유로 한국에 왔다. 한국땅을 밟을 당시 16세였던 그는 2007년 중국 청소년 대표로 아시아선수권에서 준우승을 거둔 중국 탁구의 유망주였다.

전지희는 귀화 절차를 앞당기기 위해 조선족이었던 아버지 친구의 양녀로 입적했지만 일반 귀화 절차를 밟아 2011년 한국인이 됐다. 전지희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김백기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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