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감기로 착각 쉬운 '바이러스 수막염'…10명 중 6명은 10세 미만 아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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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약 1만5000명이 '바이러스 수막염'으로 진료를 받으며 반 이상이 10세 미만 아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5년간 바이러스 수막염에 대해 심사결정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매년 약 1만5000명 진료…7~9월 가장 많아
예방접종 없어 개인위생 각별히 신경 써야

분석 결과를 보면 진료인원은 연 평균 약 1만5000명이었으며, 지난해엔 약 1만6000명이 진료를 받았다. 총 진료비는 지난해 약 80억원이었다. 이는 5년 중 최고치였는데 입원 진료가 늘어 진료비도 증가한 것으로 심평원은 분석했다.

진료인원 두 명 중 한 명은 10세 미만 아동이었으며, 지난해엔 60%가 10세 미만이었다. 바이러스 수막염이 유행하는 시기엔 소아에게 더 집중돼 나타났다.

월별로는 7~9월에 진료인원이 많았다. 이 시기에도 10세 미만의 진료인원이 주로 늘었다. 2011~2014년엔 7월 진료인원이 가장 많았지만, 지난해엔 9월에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83%가 20세 미만 청소년이었다.

바이러스 수막염은 바이러스가 뇌와 척수를 싸고 있는 막(뇌수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특별한 치료 없이 자연적으로 호전될 수 있지만 열과 두통, 구토 증세가 동반될 경우 이를 완화할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 시 보통 2주 이내에 회복된다. 바이러스 수막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지만 주로 엔테로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감염된 사람의 침, 콧물, 가래 등이나 분변에 접촉하거나 이에 오염된 물품을 통해 전염된다.

이와 달리 세균성 수막염은 폐렴구균, 인플루엔자간균, 수박구균 등에 의해 주로 발생한다. 초기 증상은 바이러스 수막염과 비슷하지만 증세가 급속도로 악화돼 심한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기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즉시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세균성 수막염 예방접종은 2013년 3월부터 국가 필수 예방접종에 포함됐다. 생후 2~59개월 유아는 의사와 상의해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하상미 심평원 상근심사위원은 "바이러스 수막염은 별도의 예방접종이 없어 개인위생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어린이집, 학교 등에서는 손 씻기 등 위생 교육을 강화하고 세정제로 공용 물품이나 실내를 자주 청소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vivi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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