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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완전한 스파이』로 건재과시|첩보소설의 1인자 「존·르·카레」&&「007」과는 주인공성격 정반대|고독·우울한 첩자의 내면 그려|정보담당 외교관 출신…"문학성 높다"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첩보소설『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의 작가 「존·르·카레」(55)가 신작소설 『완전한 스파이』(A Perfect Spy)로 또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007』시리즈의 작가 고「이언·플레밍」과 함께 스파이소설의 쌍벽을 이루는「카레」의 11번째 작품인『완전한 스파이』는 최근 영국에서 출판되어 이미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있으며 여세를 몰아 올 5월 다시 미국출판계에 무서운 기세로 상륙할 예정이다.『완전한 스파이』는 2중 스파이의 절망과 몰락을 그린것으로 스파이의 고뇌에 찬 인간성이 문학적으로 잘 나타나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31년 영국 풀시에서 태어난 「카레」는 대농장주이자 풀시 시장이었던 할아버지와 사업을 했던 아버지사이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그는 스위스에서 스키를 배우며 젊은시절을 보내기도 했고 베른대학·옥스퍼드대학에서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공부했다.
오스트리아에서 군복무를 마친 그는 60년대에 서독의 본과 함부르크 영국대사관에서 서기관과 영사로 근무하며 국제정세·정보전쟁등에 많은 경험을 축적했다.
그는 세번째 작품이자 출세작인 『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가 전세계에서 수백만부가 팔리는 성공을 거두자 외교관직을 버리고 소설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61년에 발표했던 첫번째소설 『살인청부업자』에서「카레」는 영국 첩보부의「조지·스마일리」를, 다른 스파이 소설과는 달리 매우 섬세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스마일리」는 「이언·플레밍」의 「제임즈· 본드」와는 대조적인 인물로 지성 및 도덕면에서는 매력적이나 육체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늘 화려한 여성이 등장하는 「제임스·본드」와는 달리 사랑에도 실패하며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도 혐오감을 느끼는, 고뇌하는 문학적인 주인공이었다 (이것이 「카레」소설의 전반적인 특징이다).
「카레」의 대부분 작품이 영화화됐듯이 이 작품도「리처드·버튼」주연으로 영화화됐다.
62년의 『특급살인』은 한 저명한 공립학교 교장부인의 죽음을 다루었으며, 63년의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는 동 서독, 미소가 개입된 다중 첩보전에서 정신적으로 지친 한 스파이가 지령을 내린 배후 조종자로부터 배신당하고 버림받는 과정을 그렸다.
즉 그의 소설은 성공하는 스파이보다 오히려 실패하고 좌절하며 인간적 고뇌에 쌓인 스파이의 모습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그밖에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는 첩보소설의 정석인 잃어버린 중요 국가 기밀문서를 되찾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이런 「카레」에 대해 소설가「그레이엄·그린」은 『이지구상에 존재했던 어떤 스파이소설가보다 가장 우수한 작가』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번에 발표된『완전한 스파이』에 대해서도 많은 평론가들은 『위험하고 불안한 현대사회의 속성을 교묘하게 담은 작품』이라며 『문학성 높은 상징적 언어를 사용해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은 의미를 전달시켜준다』고 평가했다. <양헌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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