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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민 듯 꾸미지 않은 스타일, 반바지·원피스 다 어울리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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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기 끄는 ‘플랫폼 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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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파리에서 열린 2016년 봄·여름 컬렉션 샤넬 쇼에서 선보인 플랫폼 샌들. 두툼한 밑창에 LED 전구가 세팅돼 있어 걸을 때마다 불빛이 반짝인다.

푹신한 밑창에 넓은 스트랩으로 발등과 발목을 편하게 감싸는 샌들이 올 여름 유행이다. 서울 강남 가로수길이나 홍대 앞 같이 패션 피플이 모이는 곳이라면 이런 샌들을 신은 여성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밑창이 푹신하다고 해서 아웃도어용 ‘스포츠 샌들’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금·은색으로 빛나는 반짝이 소재나 색색의 주름장식 등으로 꾸며져 있어 여성스럽고 화사한 것이 특징이다. 기하학적 패턴을 써서 세련된 멋을 내기도 한다. 업계에선 ‘아재 스타일’ 스포츠 샌들과 구분하기 위해 ‘글램 샌들’ 또는 ‘플랫폼 샌들’이라고 부른다.

하이패션에 등장한 플랫폼 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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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의 2016년 봄·여름 컬렉션에 등장한 트위드 소재 플랫폼 샌들. 걸을 때마다 LED 전구가 반짝인다.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럭셔리 브랜드 샤넬의 2016년 봄·여름 기성복 컬렉션 쇼. 대형 전시장인 그랑팔레 무대를 공항 터미널로 꾸민 샤넬은 비행기 여행을 테마로 패션쇼를 꾸몄다. 샤넬의 상징인 트위드 재킷과 일자형 펜슬 스커트, 편안해 보이는 트레이닝팬츠와 니트 스웨터를 입은 모델들이 런웨이를 걸었다.

이때 눈에 띈 또 하나의 아이템은 모델들이 신은 신발이었다. 여성스러운 니트 스웨터·스커트 차림에 두툼한 밑창의 고무 샌들을 매치했다. 트레이닝팬츠와 니트 바지에도 마찬가지로 푹신하고 스포티한 샌들을 신었다. 검은색 플랫폼 샌들 밑창에는 LED 전구를 세팅했는데 걸을 때마다 불빛이 반짝이는 모습이 공항 활주로의 유도등을 연상시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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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니가 2016년 리조트 컬렉션으로 내놓은 투박한 밑창과 반짝이는 소재의 플랫품 샌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마르니는 2016년 리조트 컬렉션에서 파격적인 플랫폼 샌들을 선보였다. 발목까지 오는 꽃무늬 롱 원피스에 두꺼운 스트랩의 투박한 플랫폼 샌들을 매치했다. 앞은 뭉툭하고 스트랩은 굵어서 투박해 보이는 샌들은 하늘하늘한 원피스와 대조를 이뤘다. 자동차 타이어를 연상시키는 두꺼운 플랫폼 샌들의 굽은 묘하게도 여성스러운 느낌을 풍겼다.

뉴욕 패션위크에선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이 좀 더 캐주얼한 스포츠 샌들을 선보였다. 데님과 보머 재킷, 오버 사이즈 재킷에 쇼츠와 롱스커트를 매치한 모델들은 하이킹용 샌들처럼 편안해 보이는 스트랩 샌들을 신고 등장했다. 발등을 가로지르는 스트랩과 발목을 감싼 스트랩 사이를 이은 외줄의 금속 스터드 장식이 아니었다면 아웃도어 샌들이라고 생각할 만큼 캐주얼한 디자인이었다. 프랑스 디자이너 이자벨 마랑도 핫팬츠에 스포츠 샌들을 선보였다.

‘놈코어’와 ‘애슬레저’ 룩의 결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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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브라운 주름장식이 여성스러운 슈콤마보니의 플랫품 샌들. 데님에도 원피스에도 잘 어울린다.

이처럼 스포티하고 캐주얼해 보이는 플랫폼 샌들이 우아한 명품 패션 속으로 들어온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놈코어’룩과 ‘애슬레저’룩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놈코어 스타일은 꾸민 듯 꾸미지 않은 것처럼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뜻한다. 용어 자체가 애슬레틱(스포츠)과 레저(여가)의 합성어인 만큼 일상에서도 활동이 편안한 옷차림을 말한다. 슈즈 디자이너인 슈콤마보니의 이보현 이사는 “정장에 백팩 메고 운동화 신고 출근하는 뉴요커 스타일은 10여 년 전부터 있어 왔다. 그리고 최근 들어 스포츠 브랜드의 운동화보다 좀 더 패셔너블한 신발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스포츠 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이사는 “기존 투박한 스포츠 샌들의 기능성에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여성의 마음을 얹은 제품이 바로 플랫폼 샌들”이라고 말했다.

럭셔리 브랜드 샤넬이 2014년 2월 열린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 패션쇼에서 이브닝드레스에 스니커즈를 매치한 것이 스포츠 신발을 본격적인 패션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온 계기가 됐다. 이번 시즌 플랫폼 샌들은 ‘이브닝드레스+스니커즈’의 여름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직장인들의 출퇴근 복장이 자유로워진 것도 플랫폼 샌들 인기에 한 몫 한다. 이전과 달리 정장차림에 구두를 신고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직장이 많아지면서 편안하게 옷 입는 스타일이 주류가 됐다. 뾰족 구두보다는 플랫폼 샌들이 어울리는 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낮부터 밤까지 ‘만능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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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복장에도, 여성스러운 룩에도 어울리는 플랫폼 샌들이 인기다. 마르니, 알렉산더 왕, 이자벨 마랑의 2016년 봄·여름 컬렉션 제품.

플랫폼 샌들은 도시에서도 유용하지만 휴양지에서 더 빛을 발한다. 낮에 해변을 걷거나 관광할 때도 유용하고, 그대로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할 때 신어도 된다. 이보현 이사는 “편안한 휴양지에서 하이힐을 신기는 너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스포츠 샌들을 신기는 민망할 때 플랫폼 샌들은 최적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슈콤마보니는 금색·은색·글리터링 컬러 등 반짝이는 소재의 스트랩과 인조 보석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민 플랫폼 샌들을 출시했다. 글래머러스(glamorous·화려한)하다는 의미에서 ‘글램 샌들’로 불린다. 분홍·초록 등 밝은 색 주름장식을 얹은 플랫폼 샌들도 올 여름 인기가 좋다.

마르니는 메시·네오프랜 등 시원하면서 신축성 좋은 기능성 소재를 사용한 컬러 블록 디자인의 샌들을 내놓았다. 플랫폼 샌들은 캐주얼한 반바지나 여성스러운 원피스 등 어느 차림에도 잘 어울린다. 색깔과 디자인이 예쁜 양말과 함께 신어도 멋스럽다. 사실 흰 양말에 스포츠 샌들은 대표적인 1990년대 ‘아재 패션’이었다. 아재 패션과 최신 유행은 한 끗 차이다.

글=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사진=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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