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극렬 단체 중핵파 소행인 듯|일 황궁·미 대사관 포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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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인이 신성시하는 일황의 궁성과 최대 우방으로 치는 미국의 주일 대사관 건물에 사제 로키트탄이 날아든 사건은 일본 경찰 및 각 정보 기관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25일 하오 1시20분, 사건이 발생한 직후에 경찰은 범인들을 찾기 위해 동경 및 주변 외곽도시에서 일제히 검문 검색을 강화하는 바람에 최악의 교통 체증마저 일어났다.
경찰이 범인으로 단정하고 있는 중핵파는 22개 과격파 가운데 손꼽히는 극렬 단체로 공산주의 동맹 전국 위원회를 가리킨다.
이들은 오는 4월에 열리는 「히로히또」 (유인) 일황의 재위 60주년 기념식과 5월의 서방경제 정상 회담을 저지하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선언해 왔으며 동경도내 6곳에서 곧 시위 집회를 열 계획도 갖고 있다. 25일의 사제 로키트탄 발사 사건은 과격파들의 본격적인 투쟁이 개시됐음을 알리는 첫 신호다.
국가적 행사를 앞두고 중요 건물에 대해 24시간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는 일본 경찰은 설마 궁성이나 미 대사관까지 공격 목표가 될까하고 생각했다가 그만 허점을 찔려 몹시 당황하고 있다.
범인들은 궁성 및 미 대사관 부근에 경찰서나 파출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제 로키트탄을 트렁크에 장치한 자동차를 그 부근에 주차시켰으며 범행 시간을 심야나 새벽을 피하고 대낮으로 지정했다는 점에서 경찰의 의표를 찔렀다. 사건 현장은 교통량이 많아 경계가 산만해지기 쉬운 지역이다.
과격파들에 의한 파괴 활동은 지난 72년 이후 6백55건. 작년에는 87건, 올해 들어서는 벌써 16건이 일어났다. 이들은 범행을 저지를 때 주로 뚜껑이 있는 트럭이나 왜건을 많이 사용했으나 이번에는 승용차를 이용해 트렁크에 사제 로키트탄을 시한 장치, 동시에 2개 지역에서 발사되도록 면밀한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작년 4월 나리따 (성전) 공항 확장 공사 반대 투쟁을 할 때도 박격포탄을 발사시킬 정도로 무기 제조에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 경찰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중핵파는 사회주의에 의한 세계 혁명의 시대가 온다고 믿고 있으며 사회주의 사회 건설은 기성 좌익 당파에 의하지 않고 독자적인 혁명으로 추구한다는 이른바 신좌익 운동을 과격한 수단으로 펴고 있다.
이들은 철저한 지하 점 조직으로 암약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 정보망에도 쉽사리 걸리지 않고 있다.
일반 회사원뿐만 아니라 때로는 국영기업체에 근무하는 사람도 중핵파에 가담한 일도 있으며 직장에서 가장 착실하다고 소문난 사람이 중핵파의 극렬 행동 대원으로 밝혀져 주변 사람들을 경악시킨 경우도 있다.
경찰 백서에 따르면 일본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과격파는 약 3만5천명이며 이중 중핵파는 3백여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히로히또」 일황은 궁성 안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사건발생 1시간30분 후 시종이 『반장문 (궁성에 있는 여러 개 문중 하나) 부근에 화염탄이 떨어졌습니다. 불발로 피해는 없습니다』고 보고하자 일황은 질문 없이 듣기만 했다. 황실에 대한 과격한 행동은 지난 75년 「아끼히또」 (명인) 황태자가 오끼나와를 방문할 때 화염병 투척 사건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사건이 발생하자 「나까소네」 (중증근강홍) 수상은 관방 장관·국가 공안 위원장 및 경찰청장관을 불러 국가 중대사를 앞두고 경비 강화를 지시했으며 「아베」 (안배진태랑) 외상은 외무성의전장을 미 대사관에 보내 사건 발생에 대한 유감의 뜻을 전하도록 하는 등 사후 대책에 부산하다.
동경 일원은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가장 치밀한 경계 태세에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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