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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황태자 방한은 「과법」 치유에 도움|일시 귀국한 이규호 주일 대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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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일 관계에 있어 과거사를 생각할 때 일제 36년간의 「가까운」 과거 뿐 아니라 한자와 불교를 전파했던 「먼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금년도 제1차 재외 공관장 회의 참석 차 부임 5개월만에 일시 귀국중인 이규호 주일 대사는 「아끼히또」 (명인) 황태자의 방한 문제에 대해 『불행한 과거의 치유에 도움이 될 것이며 그런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사는 국민들 사이에 방한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는 지적에 『국민 의식 속에 남아 있는 과거 불행에 대한 기억을 적극적으로 치유하지 않으면 몇 세대에 걸쳐 기억이 이어질 것』이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한다.
-황태자의 방한이 현재의 양국 관계에 어떤 도움을 줄 것입니까.
『한일 관계는 기본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으나 재일 교포 법적 지위 문제·첨단 기술 이전 문제 등이 상존 하고 있습니다. 황태자의 방한은 이러한 현안들이 원만히 해결되기 위한 분위기를 성숙시키고 양 국민의 이해를 증진시킬 것입니다.』
-황태자 방한과 관련, 일 정부가 「사과」 수준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있는데요.
『아직 방한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고 사과 문제는 당사자인 일본측에서 검토할 문제이며 우선은 그쪽에 맡겨두어야 한다고 봅니다. 일본으로서도 전후 뒤처리를 위해 정신적 국가 대표의 방한을 통해 과거를 청산할 필요가 있지요.』
-지난해 말 이 대사가 부임에 앞서 황태자의 방한설을 언급했습니다만 한일 양국이 어느 쪽에서 이번 사안의 주도권을 잡고 추진하고 있습니까.
『일본 언론과의 회견에서 이에 관한 질문을 받고 긍정적 입장을 밝힌 것이지 내가 먼저 거론한 것이 아닙니다. 이 문제는 양국 외교 실무진에서 다각적으로 접촉하고 있으므로 어느 한쪽에서 주도권을 잡고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일조 우호 촉진 의원 연맹이 최근 북한 정치국원 허담의 방일 초청 결의를 하는 등 일본의 대 북한 접근 움직임이 눈에 띄고 있는데요.
『일본은 전방위 외교를 내세우며 이념을 초월해 각 국가와 외교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그러나 대 북한 관계는 우리와의 관계를 고려해 지금까지 자제해 왔고 앞으로도 자제할 것입니다.』
-지난 얘기입니다만 이 대사가 발령을 받자 일본과는 별 인연이 없었던 분이 아니냐는 얘기도 잠시 있었죠.
『꼭 일본에 가서 공부를 했어야 일본을 잘 안다고 말할 수 없지요. 또 일본을 잘 아는 사람만이 주일 대사에 취임하는데는 개인적으로 반대합니다.』
이 대사는 자신이 일본에서 공부하지 않은 사실을 들어 일본을 모른다고 평하는 것은 섭섭하다고 했다. 지면이 없어 딱딱한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 면에서 일본 사람들이 조심스러워 해 득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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