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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속마음 달라 파고 높을 듯|「정국의 장기 예보」 알려줄 임시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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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임시 국회는 여당의 「장내 수렴·장외 억제」 전략과 야당의 「원내외 종합 투쟁」이 맞붙은 형국이다.
여당이 얼마나 수렴할 수 있을지, 야당이 어디까지 요구할지, 또 그에 따른 논리와 명분은 어느 쪽이 더 설득력을 가질지…. 국방위 회식 사건도 이번 국회 향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이번 임시 국회에 대해 민정당의 속마음은 무겁고 편치 않은 것 같다.
이세기 총무는 조건 없이 일단 국회가 열리게 돼 다행스럽다고 했으나 민정당내에서는『이번 국회가 잘 될까요』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는 실정.
특히 모든 정치 현안을 원내로 수렴한다는 것이 민정당의 방침이지만 신민당이 이에 아랑곳없이 부산 (23일)·광주 (30일) 등에서 개헌 추진 지부 현판식을 벌이는 등 원외 투쟁도 범행해 민정당으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한 당직자는 『저쪽이 양수겹장으로 먹으려 드는데 이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그렇다고 효과적인 저지책 마련도 쉽지만은 않다는 얘기.
게다가 민정당은 민생 안정을 위한 국회 차원에서의 지원책을 강조하고 있으나 어차피 이번 국회가 「정치 국회」화될 전망이고 보면 민생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부담도 추가될 전망.
노태우 대표 위원이 『이번 국회는 의회주의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강조하면서 의원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등 당 지도부가 어느 때보다 단결을 강조한 것도 이런 여러 가지 부담 및 불투명한 상황과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다.
민정당이 이런 부담을 예상하면서도 임시 국회를 소집한 것은 △원외 정치의 확산을 최대한 막고 △장내를 두고도 장외로 뛰쳐나가는 야당의 명분을 약화시키며 △민생 등 국정에 관한 집권당의 책임을 다한다는 몇 갈래의 당면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민정당이 국회 소집 협상에서 회기·대 정부 질문 일정 등에 관해 야당 주장을 받아들인 것은 『이렇게 양보를 해가며 장을 구성해주었는데도 밖으로 나가느냐』는 명분을 얻기 위한 것이었음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말하자면 할 수 있는 한 장내를 활성화함으로써 장외 무용론을 전개하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국회 운영은 「신축성」있게 한다는 방침 아래 야당 발언도 인내를 갖고 듣는다는 입장이다.
민정당은 이번 국회에서의 정치 공방 초점이 개헌 시기와 헌법 관계 특위 구성 문제를 비릇, △국회법 처리 △사면·복권 및 구속자 석방 등이라고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해 왔다.
특히 개헌 문제에 대해서는 「89년 개헌」의 해석을 놓고 여권 내부에서 제기됐던 미묘한 인식의 차를 일치시키고 야당이 주장하는「86년 개헌」을 반박할 예정.
민정당은 우선 여야간 합의가 없이는 개헌이 불가능한 현재 상황에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86년에 개헌을 하라는 것은 자가 당착이며 비 의회주의적 방법으로 목표를 쟁취하려는 의도라고 국민에게 호소할 방침.
민정당은 또 86·88대사를 치르고 개헌 논의를 하자는 논리는 많은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도 성공적이었다고 보고, 대표 연설이나 대 정부 질문을 통해 양대 행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88년까지의 개헌 불가의 입장을 역설할 예정이다.
어쨌든 민정당은 이번 국회에서 88년까지의 개헌 불가에 역점을 두면서 「89년 개헌」 문제는 가급적 가볍게 터치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으나 이 문제를 밝힐 대표 연설의 표현을 놓고 상당히 부심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당이 이번 임시 국회에 임하는 초점 전략은 「89년 개헌」을 장내에서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한편, 개회 기간 중 일요일마다 열리는 개헌 추진 시도 지부 결성 대회를 통해 「야권의 실세」를 여권에 과시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민당이 임시 국회에 임하는 입장은 스스로 누차 밝혀온 대로 「개헌을 위한 원내외 종합 투쟁」의 일환이다.
신민당이 처리해야할 안건이나 여당으로부터 뭔가 얻어낼 수 있다는 기대도 없으면서 국회 소집에 쉽게 합의한 것도 여기에 연유한다.
신민당은 2·24 청와대 회동 이후 소위 민주화 일정을 둘러싼 당내의 잡음을 이민우 총재와 두 김씨의 3자 회견을 통해 정리한데 이어 지난 17일 불완전한 형태로나마 재야 3개 단체와 민추가 참여한 「민주화를 위한 국민 연락 기구」 (약칭 민국련)를 구성, 개헌 서명 운동을 공동 추진키로 결정하는 등 당내·당외를 통해 전략적 호흡 조정을 끝낸 셈이다.
이에 따라 신민당은 이번 임시 국회를 통해 「범 민주 세력」의 구심점으로서 서명 운동과 개헌 투쟁의 열기를 증폭 확산하고, 대여 추궁을 통해 계절적 특수성이 빚는 장내외 개헌 정국의 전략적 고지를 선점 하겠다는 심산이다.
이 같은 기본 구상 위에서 신민당은 모든 분야의 대 정부 질문을 정치화하는 한편, 「말초적 표현」보다는 논리적인 추궁을 한다는 방침.
이 총재의 대표 연설도 「이제는 헌정 중단을 막고 어느 쪽의 불행도 초래하지 않는 합의를 통한 개헌의 노력을 여야 공동으로 밝히자」는 「합의의 정신」을 강조할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따라서 『여당이 「상식적인 자세」만 견지한다면 국회가 파국이 될 까닭도, 그럴 이유도 없다』고 신민당 의원들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이 총재 및 두 김씨간의 미묘한 입장 차이 등으로 해서 신민당은 당론 결정 구조에 취약점을 보이고 있다.
헌특과 남북 관계 및 민생 관계 특위를 연계시키지 않겠다던 당의 입장이 두 김씨에 의해 번복됐고 이어 「아끼히또」 (명인) 일 황태자의 방한에 대한 신민당의 입장이 이 총재와 두 김씨의 3자 회동에서 뒤바뀌었다.
뿐만 아니라 대법원장 임명 동의 안의 정치 의안 연계 여부와 이 총재의 방미 등을 놓고도 당론이 엎치락뒤치락했다.
이 같은 사례에서 보듯 두 김씨의 의중과 재야에 대한 배려로 인해 원내 전략의 강경도가 수시로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뭏든 이번 임시 국회는 신민당이 장내외 종합 투쟁의 실용성을 시험하는 첫 케이스인 셈인데 얼마만큼 당론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고 당 및 재야간의 안정적 역학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거리라 아니할 수 없다. <안희창·이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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