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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의 기자 회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기백 국방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20일 기자 회견을 갖고 북한의 군사력 증강과 남침야욕을 강조하면서 전국민의 안보 태세 강화를 호소했다.
이날의 회견 양면은 TV를 통해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정치적으로 복잡한 시기에 국방 책임자가 이런 회견을 가진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특히, 이 장관은 『과거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보 의식을 정권 유지 차원에서 이용했다는 경험 때문에 일부 국민들은 오늘의 우리의 긴박한 안보 현실에 대해 의구심을 갖거나 위기감을 실감치 못하는 경향이 있음』을 시인하고 『군이 안심하고 국방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후방의 지원과 격려』를 당부했다.
이것은 우리 국군이 현대 산업 사회의 군의 특징인 프러페셔널리즘 (직업주의)을 선언한 것이다.
이 같은 태도는 군이 정치에 휘말리지 않고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겠다는 대 국민 서약이며 이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더욱 확고히 하려는 의도의 표시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이 근년 들어 군사력 증강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미국제 헬리콥터 80여대를 밀반입 북한은 85년 여름부터는 소련제 미그-23전폭기와 SA-3 지대공 미사일을 도입하고 스커드-B 지대지 미사일을 도입한 것은 이미 보도된 바와 같다.
북한은 또 화학전 능력을 보유하고 전체 군사력의 45∼65%를 대동강 이남의 전방 지역에 배치하고 있다.
이런 북한의 군사 동향은 「고르바초프」 등장 이후 소련 극동 군사력의 증강 추세 및 평양-모스크바 외교 관계의 강화와 때를 맞추고 있다.
지금 시베리아의 바이칼호에서 베트남의 캄란항을 연결하는 동경 1백5도선 이동에 배치된 소련의 극동 군사력은 전체 소련 전력의 3분의 1에 해당된다.
이에 대해 이 지역의 소련 지상군은 중공군으로, 소련 해군력은 일본군으로 견제하고 한반도에서는 60만 국군과 주한미군으로 북한과 소련의 남진을 막고자 하는 것이 미국의 기본전략이다.
군사 전문가들에 의하면 공격력의 70% 전력만 갖추면 최소한의 방어가 가능하고 80%를 갖추면 어떤 공격도 격퇴할 수 있다고 한다.
남북한의 군사력 비율은 주한미군 전력을 포함하여 71년의 경우 1백대 50으로 북한이 절대우위를 누렸다.
그러나 74년 이후로 우리도 방어력 강화에 노력하여 84년엔 1백대 60, 85년 말엔 1백대 67로 좁혀놓았다.
이를 위해 우리는 매년 GNP의 6%가까운 수준을 방위력의 유지·강화에 투입해 왔다.
지금 북한의 군사비는 GNP의 24%에 해당하나 그들의 경제 규모가 우리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남북이 현재의 투자율로 나가면 내년에는 전력비가 1백대 70이 되어 우리의 「최소한의 방어력」이 확보되고, 90년대 초에는 1백대 80으로 좁혀져 우리는 북한의 어떤 공격도 막아낼 전력을 갖추며, 90년대 말이면 1백대 1백3으로 남북간의 군사력 역전 사태가 벌어져 북한은 영원히 무력 사용의 기회를 상실케 된다는 것이 우리국방부의 전망이다.
이 장관은 86년과 88년 말이 군사적 위기라고 강조하고 이 고비를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극복해내자고 역설했다.
현대전은 곧 총력전이다. 따라서 전후방이 따로 없고 온 국민이 함께 싸워야하는 전쟁임을 새삼 인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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