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 폭행' 여성들 분노 "남자 신상 공개해라"

횡단보도에서 담배를 꺼달라고 요청한 아이 엄마의 뺨을 때린 50대 남성이 8일 검찰에 송치된다. 아이 엄마는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검찰 송치로 아이 엄마의 억울함은 해소되는 듯 보였으나, 네티즌들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남성에 대한 분노를 넘어서 금연구역이나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분위기다. 흡연자에 벌레라는 의미의 충(蟲)을 붙인 '흡연충'이라는 표현도 생겼다.

트위터리안 social***은 "흡연하시는 분들 길거리나 횡단보도에서 담배 안 피웠으면 좋겠다. 정말 싫다.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라고 적었다. 트위터리안 미스*는 "횡단보도, 정류장에서 담배피는 것들 극혐이다. 경찰은 이런거 단속 안하고 뭐하는 거지?"라고 말했다.

인터넷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해당 남성의 신상을 밝혀라" "얼굴을 공개하고 제대로 처벌받게 해야 한다" 등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글도 올라왔다. 트위터리안 블랙*은 "이런 경우 쌍방폭행이 되어버리면 불의를 지적하는 작은 용기도 사라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서울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달 30일 유모차에 생후 7개월 된 아기를 태우고 있던 20대 아이 엄마는 서울 은평구 지하철 응암역 4번 출구 앞 건널목에서 50대 남성에게 뺨을 맞았다.

아이 엄마는 "지하철역 출구 10m 이내는 금연 구역이니 다른 곳에 가서 피우세요"라고 항의했고, 남성은 "아줌마가 뭔 상관이야?"라고 반박했다. 분노한 남성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 엄마 뒤를 쫓아가 팔을 낚아챈 뒤 뺨을 때렸다. 아이 엄마는 남성의 몸을 밀어내며 저항했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 남성은 "나도 아이 엄마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경찰은 아이 엄마를 피해자가 아닌 쌍방폭행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아이 엄마는 경찰이 자신을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로 조사했다며 인터넷에 글을 올려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글은 인터넷 카페 등으로 퍼져 공분을 샀다. 아이 엄마는 한 매체를 통해 자신을 폭행한 남성 사진과 폭행으로 붉어진 뺨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