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벽체조로 가뿐한 하루를"|새봄맞아 활기띠는 남산골 운동모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일출을 8분여 앞둔 9일 새벽6시45분, 서울남산밑장충약수터옆.
전날의 일기예보와는 달리 비는 오지 않지만 잔뜩 찌푸린 가운데 4백여명의 남녀노소가 군무처럼 체조를 시작한다.
5분쯤 몸을 푼 이들은 약수를 마시기도 하고 목청 높여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조깅·배드민턴·아령·수평·복근운동·링체조등 자신에 맞는것을 찾아 본격적인 체력단련을 시작한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건강지키기·건강찾기 움직임이 약수터일대를 금방 활기찬 분위기로 바꿔놓는다.
『2월까지만 해도 2백여명에 불과했던 회원들의 참석규모가 3월이 되면서는 3백명을 웃돌고 있어요. 날씨가 좀더 풀리면 4백여명이 훨씬 넘게 참가합니다』
28년째 이곳을 찾아 이젠 장충체육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김춘산씨(58·사업) 의 얘기다.
벤치 프레스·자전거타기·웨이스트 체이스·링등 50여종의 각종 운동기구까지 비치하고 있는 이곳을 찾는 실제인원은 비회원을 합쳐1천여명을 상회할 것이라는게 김씨의 계산이다. 이숫자 역시 2월까지의 하루평균 5백여명보다 2배 가까운 증가다.
남산에는 이와같은 시설을 갖춘 체력공간이 11개소 단지 새벽산책정도에만 그치지 않고 아침시간을 이용해 건강한 신체를 만들려는 사람들에게는 안성마춤의 사회체육공간이다.
체조선수처럼 보기좋게 링체조를 마치고 난 방치근씨 (65·부동산업)와 선우광도씨(65) 는 23년 동안이나 이곳을 찾고있는 터주대감들.
『조기체조를 시작으로 역기·철봉 그리고 링체조를 한후 트위스트 머신과 벨트마사지로 몸을 풀면 하루종일 개운하죠』
담석증수술과 심장질환으로 고생했던 두노인은 요즈음 자신들의 체력이 30대못지않은 상태라고 힘 자랑을 한다.
새벽운동에 열성적인것은 여성도 마찬가지.
매일 아침 이곳에서 배드민턴을 친다는 김봉선씨(59·왕십리거주)는 『8년간 계속 배드민턴을 치다보니 지병인 신경통이 어느사이엔가 다 나아버렸다』고 조기체련예찬론을 편다.
그러나 정작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30∼40대층 인구가 얇은것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이곳 회원중 반이상이 노년층이고 여성들도 40%쯤 되지만 한창 일할 계층인 30∼40대는 아주 적어요. 격무에 시달릴수록 새벽운동으로 재충전시키는것이 필요할텐데…』
김회장의 말이다.
이 말은 복근운동을 하고있던 한 샐러리맨의 얘기로도 뒷받침된다.
『사실 격무와 과음등으로 시달리면 출근시간에 대는것도 바쁘죠. 하지만 눈딱감고 새벽에 올라와 목청껏 소리도 질러보고 이것저것 몸도 풀면 직장에서 생긴 스트레스나 잡다한 고민등이 말끔히 씻겨집니다.
게다가 하루중 잠시라도 신선한 공기와 물을 마실수 있고, 나도 무엇인가를 해냈다는 만족감을 느끼니 일석삼조아녜요. 요즘엔 집(아내) 에서 더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3년째 운동을 하면서 가정생활도 훨씬 원만해졌다고 그는 귀띔했다.
이곳 장충체육회만이 아니라 전국각지에 흩어져 있는 조기운동회는 이런뜻을 가진 사람들을 기다리고있다. <윤재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