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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룰 어떻길래…명사수 진종오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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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로 탈락한 진종오 선수가 자리로 돌아온 뒤에도 믿기지 않는 듯 입을 가린 채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오른쪽은 박병택 코치.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경기 규칙이 바뀐 탓일까. ‘명사수’ 진종오(37ㆍKT)가 올림픽 금메달을 눈앞에 놓고 고개를 떨궜다.

진종오는 7일(한국 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슈팅센터에서 열린 남자 사격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5위(139.8점)로 아쉽게 탈락했다.

진종오는 이날 예선에서 중국의 팡웨이(590점)에 이어 2위(584점)로 결선에 진출하면서 금메달에 대한 기대도 커진 상태였다. 하지만 8명이 겨룬 결선에서 메달권과는 거리가 먼 5위로 쓸쓸히 물러났다.

베트남의 호앙 쑤안 빈이 202.5점으로 금메달을 땄고 브라질의 우 펠리페 알메이다(202.1점)가 은메달, 중국의 팡웨이(180.4점)가 동메달을 각각 목에 걸었다.

진종오는 2004년 올림픽 50m 권총 은메달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를 수확한 ‘권총황제’다. 그런 그가 힘 한번 제대로 못쓰고 물러난 이유가 뭘까.

국제사격연맹(ISSF)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경기규칙을 개정했다. 종전에는 예선과 본선 점수를 합산해 최종 순위를 매겼지만 이제 예선 점수는 결선 진출의 관문에 불과하다. 공기권총과 50m 권총의 경우 8명의 결선 진출 선수들은 제로베이스에서 20발을 쏜다. 이변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바이벌 제도를 도입해 박진감도 더했다. 결선 20발 중 각자 3발씩 두번, 6발을 먼저 쏴 점수를 합산한다. 이후 2발씩 쏘며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한 선수가 탈락하는 방식이다. 결국 8발ㆍ10발ㆍ12발ㆍ14발ㆍ16발ㆍ18발을 쏜 뒤 각각 8ㆍ7ㆍ6ㆍ5ㆍ4ㆍ3위를 탈락시키게 된다. 최후의 두 발에선 우승을 다투는 두 선수만 사대에 선다.

이런 방식은 진종오에게 불리하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진종오는 예선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점수차를 벌린 뒤 결선 승부를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 진종오는 7일 예선에서 높은 점수로 2위를 기록했지만 결선에서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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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오는 결선에서 초반 6발씩 쏜 결과 4위를 기록하며 무난하게 출발했지만 격발이 더해질 수록 흔들렸다. 8번째 격발로 8위 선수가 결정됐을때 진종오는 5위였다. 이후 두명이 더 탈락해 5명만 남은 상황, 14번째 사격에서 이날 자신의 최저 점수인 9.1점을 기록하며 무너졌다. 결국 5위로 이날 경기를 마무리 했다.

그러나 진종오는 바뀐 룰이 적용된 2014년 한화회장배 사격대회에서 개인, 단체전을 싹쓸이하며 4관왕에 오른바 있어 주력 종목인 50m 권총 경기에서 금메달을 딸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50m 권총은 10일 오후 예선을 시작으로 11일 결선 경기가 열린다.

김백기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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