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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8월 개봉 한국영화 3편 취향 저격 가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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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한국영화 취향대로 골라 보세요 - 8월 개봉하는 기대작 3


‘부산행’(7월 20일 개봉, 연상호 감독)으로 달궈지기 시작한 여름 극장가가 8월에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규모가 제법 큰 한국영화 세 편이 연이어 개봉하기 때문. 이름만으로 믿음직스러운 허진호 감독과 손예진이 함께한 ‘덕혜옹주’(8월 3일 개봉), 1편의 스키점프만큼이나 시원한 아이스하키로 돌아온 ‘국가대표2’(8월 10일 개봉, 김종현 감독), ‘끝까지 간다’(2014)의 김성훈 감독이 내놓은 신작 ‘터널’(8월 10일 개봉)이 관객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magazine M이 세 영화의 각기 다른 개성을 들여다봤다. 여러분의 취향에 따라 먼저 볼 영화를 정하는 데 유익한 가이드가 되리라 믿는다.

'덕혜옹주'  마음 울리는 조선 마지막 황녀의 비극


감독 허진호 출연 손예진, 박해일, 라미란, 정상훈 개봉 8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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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혜옹주`는 실존 인물인 조선 마지막 황녀의 삶을 그린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허진호 감독이 장동건 주연의 ‘위험한 관계’(2012) 이후 4년 만에 들고 온 복귀작. 고종황제(백윤식)의 외동딸이자 조선의 마지막 황녀로 비운의 삶을 살았던 덕혜옹주(손예진)의 삶을 그렸다. 2009년 출간돼 100만 부 이상 팔린, 권비영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라 더욱 관심을 끈다.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던 덕혜가 아버지를 잃은 후 일본으로 강제 유학을 떠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철저한 냉대와 감시를 받으며 슬픔에 찬 나날을 보내던 덕혜는, 일본군으로 위장한 독립운동가 김장한(박해일)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어릴 적 혼인할 뻔했던 그와 함께 중국 상해로 망명할 위험천만한 작전에 가담하게 된다.

이 영화는 덕혜의 감정에 집중하되, 긴박감 있는 액션 장면에도 힘을 줬다. 이 과정에서 긴장감을 더하기 위해 실존 인물인 덕혜와 영친왕(박수영) 외에 허구를 섞은 인물도 여럿 등장시킨다. 무엇보다 ‘덕혜옹주’를 찾은 관객이라면, 독보적이라 할 수 있는 손예진의 감정 연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손예진은 어린 시절 강제로 끌려와 철저히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면서도 강단을 잃지 않는 젊은 덕혜부터, 서서히 미쳐 가는 얼굴, 황폐해진 노년의 모습까지 무리 없이 그려 낸다. 그는 이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10억원을 투자하기까지 했다.

박해일 역시 ‘덕혜옹주’를 떠받치는 주요한 축이다. 그가 연기한 장한은, 실제 덕혜옹주와 혼인할 뻔했던 김장한과 그의 친형이자 옹주를 고국으로 데려온 언론인 김을한을 모델로 한 인물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봄날은 간다’(2001) 등으로 두터운 지지를 받은 허진호 감독을 기다린 팬들도 많았을 터. 그는 “TV 다큐멘터리로 알게 된 덕혜옹주는 당시 아이돌 같은 존재였더라. 무척 사랑받던 인물이 비참한 모습으로 귀국하는 장면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며 “개인의 기구한 삶이 굉장히 와 닿아 영화로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섬세한 감정 연출로 정평이 난 허 감독이 그린 덕혜옹주의 이야기에 더욱 관심이 가는 이유다.

'덕혜옹주' 이런 당신에게 딱!

1. '암살' (2015, 최동훈 감독)을 인상 깊게 본 관객이라면

2. 역사의 파고에 스러진 개인의 비극적인 삶에 눈이 간다면

3. '손예진도, 박해일도 좋다. 그러나 나는 라미란이 제일 좋다!' 이런 '팬심'이 넘친다면

'국가대표2'짜릿한 아이스하키 한판 뒤 뜨거운 감동


감독 김종현 출연 수애, 오달수, 오연서, 하재숙, 김슬기, 김예원, 진지희 개봉 8월 10일

7년 전 국가대표팀은 스키점프대에서 힘차게 하늘을 날았다. 2016년 또 다른 국가대표팀은 차가운 얼음 위를 박진감 있게 달린다. ‘국가대표2’는 국가대표 출신 강대웅(오달수) 감독을 필두로 북한 아이스하키 국가대표였던 탈북자 리지원(수애), 쇼트트랙 선수였지만 강제 퇴출당해 팀에 합류한 박채경(오연서), 한국 아이스하키협회 경리 출신 조미란(김슬기) 등 오합지졸이 모여 2003년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 극적인 승부와 맞물리는 리지원의 가족사는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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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감독은 “스포츠 경기가 주는 생동감과 박진감, 목표를 향해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매력에 강하게 이끌렸다”고 말했다. 실력은 부족해도 열정과 노력만큼은 금메달감인 이들을 응원하도록 만드는 게 이 영화의 핵심이다.

스포츠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경기 장면의 완성도다. 실제 경기를 보는 듯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생생함을 표현하는 것이 관건. 이를 위해 김 감독과 홍경표 촬영감독은 경기 장면의 합을 무려 47개의 경우의 수로 구상했다. 또한 아이스하키를 다룬 영화인 만큼, 얼음 위에서 촬영할 수 있도록 특수 그립 장비를 활용한 촬영 전용 썰매를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최대한 스피드하게 촬영하면서, 실제 경기를 중계하는 것처럼 아이스링크 안팎을 모두 담고자 했다”는 게 홍 촬영감독의 설명이다.

아이스하키는 여섯 명의 선수가 경기를 펼치는 종목. 이 때문에 배우들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김 감독은 “부드러움 속에 강인함을 보여 준 수애와 ‘걸 크러시’ 매력의 오연서를 비롯해 하재숙, 김슬기, 김예원, 진지희의 시너지가 대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 준 오달수와 특별 출연한 박소담, 조진웅, 아나운서 배성재의 연기도 재미를 더한다.

‘국가대표2’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스포츠인 아이스하키의 매력을 알려 준다. 얼음 위를 전속력을 내달리는 선수들과 시속 200㎞의 속도로 날아드는 퍽(Puck·아이스하키 경기에서 쓰는 납작한 공)의 생생한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8월 6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 경기 못지않은 가슴 벅찬 환희의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국가대표2' 이런 당신에게 딱!

1. 스키점프 이야기를 그린 '국가대표' (2009, 김용화 감독)를 보고 울었던 관객이라면

2. '퍽!' '팍!' 이 소리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3. 오달수가 왜 '언니'라 불렸는지 궁금하다면

'터널'현실 비트는 유머, 하정우의 또 다른 원맨쇼


감독 김성훈 출연 하정우, 배두나, 오달수, 김해숙, 박진우 개봉 8월 10일

한 남자가 차를 몰고 집에 가던 중 갑자기 터널이 무너져 내린다. 콘크리트 잔해에 홀로 갇힌 남자에게 주어진 건, 배터리가 78% 남은 휴대전화와 생수 두 병 그리고 딸에게 선물하기 위해 산 생크림 케이크. 평범한 자동차 영업 대리점 과장이던 정수(하정우)는 가족을 생각하며 구조대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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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사 제공]

‘터널’의 원작은 소재원 작가의 동명 소설이다. 단 한 명이 고립된 재난 상황. 차에 꼼짝없이 갇힌 정수가 죽음을 코앞에 두고 긴 시간을 버티고 또 버티는 모습을 그리는 게 관건이다. 김성훈 감독은 “이토록 두려운 상황을 어둡게만 그리고 싶진 않았다”며 “절망 속에서도 비죽 새어 나오는 유머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127시간’(2010, 대니 보일 감독)처럼 어딘가에 갇힌 사람이 빠져나오는 과정을 스릴 있게 그리는 것과는 다른 방향, 즉 유머와 풍자를 선택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기엔 하정우 특유의 코믹한 분위기가 큰 몫을 담당했다. “하정우 특유의 천진난만하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 꼭 필요했다”는 김 감독.

그는 하정우를 극한 상황에 숨통을 트이게 할 중요한 요소라 봤다. ‘먹방’ 원조로 알려진 하정우는 이 영화에서 ‘생존 먹방’을 선보일 예정이다. 생수 뚜껑에 물을 조금씩 따라 가글하듯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는 ‘웃픈(웃기고 슬픈)’ 모습이 큰 웃음을 터뜨릴 듯하다.

하정우는 이미 ‘더 테러 라이브’(2013, 김병우 감독)에서 상대역 없이 홀로 극을 이끄는 연기를 한 바 있다. ‘터널’에서 그의 실질적 파트너는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공간. 정수는 처음엔 머리 위로 흙이 조금만 떨어져도 흠칫 놀라지만, 금세 이곳에 익숙해진 듯 행동한다. 김 감독은 하정우에게 ‘한 마리의 맹수와 함께 있다’는 생각으로 연기하기를 요구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축은 터널 바깥의 구조 작업 상황이다. 사소하고 황당한 문제로 구조는 계속 지연된다. 사고 현장에 나온 안전행정부 장관(김해숙)은 “책임지고 구출하겠다”며 호언장담하며 정수의 아내 세현(배두나)과 기념사진을 찍는다. 김 감독은 “정치인과 기업인, 미디어를 사실적이고 일상적으로 그려 현실적인 재난 풍경을 담았다”고 말했다. ‘터널’은 재난영화의 외피를 썼지만, 그 속은 사회의 폐부를 꼬집는 블랙 코미디로 가득 차 있다. 재난과 코미디라는 이질적 조합이 그간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 기대한다.

'터널' 이런 당신에게 딱!

1. '마션' (2015, 리들리 스콧 감독) 이상의 '혼자 놀기의 진수'를 선보인 영화가 궁금하다면

2. 사회의 부조리를 유머러스하게 비트는 재난 드라마를 보고 싶다면

3. 하정우의 신개념 '먹방'이 궁금하다면

글=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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