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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재료 분리·재활용하는 '도시광산' 시스템 만들어야"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독일 작센주의 광산도시 프라이베르크에는 프라이베르크 자원기술 헬름홀츠 연구소(HIF)가 있다. 이 연구소의 자원기술실장은 마르쿠스 로이터(사진) 박사다. 광산학과 출신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호주·한국 등 전 세계 여러 곳의 광산에서 개발과 연구사업을 해 왔던 학자다. 그는 지난해 헬름홀츠 프라이베르크 연구소로 옮겨 순환경제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로이터 박사는 “지금 세계는 자원 부족으로 새로운 ‘순환경제 4.0’ 시대를 맞고 있다”며 “이는 제품의 설계 단계부터 생산·소비에서 자원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을 구성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생산·소비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인간이 원하는 제품을 쓸 수 있도록 제품 설계를 자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건넨 ‘순환경제 4.0’이라는 pdf 자료의 부제는 ‘유럽의 핵심 이점으로서 천연원료’라고 적혀 있었다. 로이터 박사의 설명으로 ‘순환경제 4.0’에 대해 알아본다.


-‘순환경제 4.0’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사례를 소개해 달라.

“자원 중심의 제품 설계가 이해하기 쉬운 사례가 되겠다. 예를 들어 LED 전구 하나는 통상 10개의 부속으로 이뤄진다. 이 부속들을 재료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금과 구리, 그리고 탄탈로 이뤄졌다. 그런데 지금 설계로는 제품 수명이 다했을 때 이 재료를 회수해 사용하기가 아주 불편하다. 그래서 전략적인 금속 리사이클링을 할 수 있도록 기존의 제품 설계부터 뜯어고치도록 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설계를 뜯어고쳐야 하나.

“빅데이터를 이용해 기존의 금속 생산 인프라와 관련 기술을 총동원해 에너지와 원료를 덜 쓰는 방식으로 설계를 개량하는 것이 큰 방향이다. 물론 설계와 공정을 바꿔도 기존의 LED 효율은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방향은 무엇이 있는가.

“작은 방향은 원료 순환이 쉽도록 설계를 바꾸는 일이다. 최근 들어 부품이나 제품에 다양한 원료가 결합한 복합재료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LED 전등에는 금속, 인쇄회로기판(PCB), 플라스틱, 기타 다양한 재료가 들어 있다. 같은 PCB라고 해도 종류와 형태가 다양하다. 자원 순환이 쉬우려면 부품의 재료를 단순화·균질화해야 한다. 공학적으로 이런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결국 도시광산이 효율적으로 가동돼 자원 재활용이 쉽도록 설계에서부터 관여하자는 이야기인가.

“순환경제를 이루려면 바로 그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공학적으로 ‘시스템 통합 금속 생산(SIMP)’ 기법이 동원된다. 기존 과정은 광산에서 금속광물을 채취하고 이를 제련해 금속을 얻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금을 생각하면 미리 설계된 제품에 금이나 금을 포함한 기능성 재료를 만들어 결합시킨다. 이 과정에서 숱한 금속의 손실이 발생한다. 나중에 부품이나 상품이 수명을 다하면 리사이클링을 하게 된다. 원래의 부품이나 상품에서 분리되고 따로 모여 처리되는 ‘도시광산’의 과정을 거쳐 다시 재료로 쓰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도 재료의 손실이 엄청나게 발생한다. 순환경제에서는 과연 재료가 합리적으로 사용되는지, 재료를 리사이클링하기에 적합한 설계가 이뤄졌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이를 디지털화·시스템화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기존의 광산공학·금속공학이 ‘자원 4.0’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나 활력을 되찾고 있다.”

-‘자원 4.0’은 어떤 개념인가.

“아까 언급한 SIMP는 물론 디지털화를 통해 새로운 차원의 자원 재활용을 추구한다. ‘리사이클링 4.0’이라고도 한다. 자원 재활용 시스템인데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을 이용해 자원의 순환에 관련한 모든 관련 요소를 네트워킹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이른바 순환경제 엔지니어링(CEE)을 이루는 게 목적이다. 중요한 금속공학 인프라와 지식을 서로 연결하고 관련 제품을 자원을 절약하고 재활용이 쉽도록 재디자인한다. 여기에는 이러한 방식을 사회 전반에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작업도 포함된다. 공학에 사회과학을 접목한 개념이다.”

-광산공학으로 불렸던 자원공학자가 ‘순환경제 4.0’에 나선 이유는.

“인류 산업의 역사는 곧 자원 소비의 역사였다. 산업혁명 이전인 1700년대 이전까지 인류가 필요한 광물자원은 철·구리·납·아연·탄소·주석 정도였다. 그러다 1800년대에 들어서면서 여기에 코발트·망간·칼슘 등이 더해졌다. 19세기 말 전기시대가 열리면서 알루미늄·크롬·니켈·마그네슘·바나듐·금·백금·텅스텐·몰리브덴 등이 추가됐다. 2000년대에 모바일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숱한 희소금속이 새롭게 필요해졌다. 현재 사용되는 광물은 중요한 것만 40종이 넘는다. 여기에는 로듐·지르코늄·인듐·루테늄·오스뮴·갈륨·게르마늄 등 화학 수업 시간에나 들을 수 있었던 온갖 희귀광물이 포함됐다. 이젠 전등 하나를 개발하더라도 어떤 것이 자원 재활용에 도움이 되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도시광산이 그동안 그런 역할을 해오지 않았나.

“천연자원을 얻는 데는 두 종류의 광산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하나는 지질학적인 광산이다. 자연에서 광물을 채취하는 전통적인 광산을 가리킨다. 또 다른 광산이 도시광산이다. 수명이 다한 자동차나 컴퓨터·휴대전화 등을 수거해 폐기하면서 제품에 사용됐던 광물을 수집해 재활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가격이 비싸고 구하기도 힘든 희귀광물의 경우 수거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도시 광산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산업이 되고 있다. 하지만 지질학적 광산이든, 도시 광산이든 기존 방식으로는 인류의 지속 가능한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 그래서 효율을 극적으로 높일 ‘순환경제 4.0’이 필요해진 것이다. 공학은 여기에서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채인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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