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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금 4000만원 물어줬는데 강제전학이라니”…법원 무효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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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금 4000만원을 물어주고 부모가 합의까지 했는데, 폭력 가해학생을 강제전학까지 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민사9부(부장 전국진) 고교생 A군이 부산 모 고교를 상대로 낸 전학처분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이 학교 1학년이던 A군은 지난해 8월 학교에서 등교를 하면서 친구들과 “2학년 선배에게 버스비를 빌려줬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A군은 다른 학생 B군과 시비가 붙었고, 결국 두 사람은 1교시 수업을 마친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서 싸웠다. 싸움 과정에서 A군은 피해 학생 B군의 코를 머리로 들이받았고, 피해학생 B군은 A군을 주먹으로 때렸다. B군은 전치 3주의 비골(코뼈) 골절 및 치관치근골절 등의 부상을 입었다.

이후 A군 부모는 B군 측에 합의금 4000만원을 주고 사과했다. 하지만 B군은 “A군의 폭력으로 육체적ㆍ정신적 피해를 봤다”면서 부모와 함께 A군의 전학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같은해 10월 학교폭력자치대책위원회를 열어 A군에게 ① 서면 사과 ② 접촉 금지 ③ 전학 ④ 특별교육 20시간 ⑤ 보호자 특별교육 5시간 등의 조치를 내렸다. 이에 A군은 전학조치를 무효로 해달라면서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군이 B군을 때려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것은 심각한 일이고, 피해 학생이 고통을 줄이기 위해 중징계를 할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B군이 일방적으로 폭력을 당한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 싸움을 한 점, A군의 부모가 B군의 부모와 합의를 한 점, 싸움이 우발적인 점 등을 감안하면 A군에게 강제전학을 한 조치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학교의 징계조치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겠지만, 강제전학은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와 교육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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