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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외교」새 장을 연다|전 대통령 유럽순방이 뜻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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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두환 대통령의 구주 4개국 및 EC 본부순방은 전 대통령의 취임 후 7번째의 정상순방외교로서 우리의 대유럽 외교의 질·양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순방은 특히 지금까지의 우리 외교가 미·일 편중이었다는 점에서 외교의 다변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전 대통령은 취임 후 2차의 미국 방문 아프리카와, 동남아·캐나다·일본방문에 이어 이번에 유럽을 순방하게 됨으로써 중동과 중남미를 제외하곤 세계 거의 전 지역을 정상외교로 커버하게 되는 셈이며 한국외교가 세계외교의 본무대인 유럽에까지 진출한다는 역사적 의의도 있는 것이다.
지난 64년 고 박정희 대통령이 서독을 잠시 방문한 일은 있지만 우리나라 국가원수가 유럽 외교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영국·프랑스를 공식 방문하는 것은 처음으로 서구제국과의 본격적인 협력의 시대를 개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프랑스와는 금년이 수교 1백 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에서 더욱 뜻이 있다.
현대국가의 외교는 흔히「정상외교」라 불릴 만큼 과거에 비해 정상외교가 빈번해지고 있는 것이 국제적 추세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끼리 직접 대면함으로써 중간단계를 거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비록 가시적인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경우라도 정상의 만남이 갖는 그 상징적 의미만으로도 외교적 효과는 매우 큰 것이다.
정상외교는 해당국가간의 국내외적 여건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는 하지만 정상의 국제정치에 대한 철학이나 개성 차이 및 정책의지에 따라서도 그 활용의 정도가 달라지는게 보통이다.
자신과 국가에 대한 자신감과 사명의식이 투철하면 할수록, 그리고 국제정치에서 소극적 수세주의가 아니라 새로운 평화질서를 정착시키려는 적극적 주역 의식이 강하면 강할수록 정상의 해외방문이 빈번해지고 활발해진다는 것이 국제사회에서의 일반적인 상식이다.
따라서 취임 후 7번째가 되는 이번 구주순방은 선진국의 외교무대인「대서양외교」에 진입함으로써 우리 외교의 영역을 보다 다변화하고 국제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 대통령은 순방국 지도자들과의 정상회담 등을 통해 △국제정세 및 한반도정세에 대한 공동인식과 함께 협력증대 방안을 논의하고 △남북한 직접대화를 통한 우리의 민족화합·민주통일 방안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며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며 △유럽지역의 교민사기앙양 및 진출업체들에 대한 격려도 할 예정이다.
이번에 순방하는 영국·프랑스·서독 등은 구주공동체(EC)·서방 7개국 정상회담·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핵심 구성국들이며, 이들 3국과 또 하나의 방문국인 벨기에의 연간 총 교역량은 미국의 5천5백90억 달러와 일본의3천50억 달러를 합한 8천6백40억 달러와 거의 맞먹는 8천2백64억 달러(84년 기준)에 이를 뿐 아니라 국내총생산(GDP)도 2조2천40억 달러에 달해 미국의 2조8천7백58억 달러에는 미달하나 일본의 1조2천2백10억 달러에 비해서는 거의 두 배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거대한 교역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그간 이 지역에 대한 수출총액은 23억 달러로 대미 1백4억 달러(35.8%), 대일 46억 달러(15.8%)에 비해 그 비중이 겨우 7.8%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번 순방을 계기로 이 지역에 대한 교역량의 확대와 함께 유럽의 첨단기술 및 산업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물론 날로 치열해지는 국제 경제경쟁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갖게 한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 등이 부머랭 효과 등을 내세워 우리나라에 대한 기술이전을 극히 기피하고 있는데 비해 유럽국가들은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미· 일에 대한 기술협력 편중도가 78.5%인데 비해 대 유럽국가 의존도는 17.2%에 불과한데 이번 순방이 이런 편중적인 대외협력구조를 개선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도 우리나라 수출상품에 대한 유럽시장의 수입규제 등 장애요인 등을 보다 완화하고 제3국에 대한 공동진출 및 대공산권 진출의 교두보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경협 파트너로서의 유럽이 재인식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순방국중 영국은 우리와 수교 1백년이 넘는 전통적인 우방으로 양국간 정상의 교류가 이번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이뤄질 것이라는 점에서 수교 2세기를 여는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으며, 서독의 경우는 같은 분단국으로서 동반자적 관계를 실질적으로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81년「미테랑」대통령의 사회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 대미·대소 자주외교노선을 보다 강화하고 있고,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호텔합작투자 등으로 다소 근접외교를 추구하고 있는 감이 없지 않아 우리의 입장을 보다 명백하게 설명하는 기회가 될 것 같으며 아울러 실질협력확대가 깊숙이 논의될 것으로 보여진다.
순방국중 유일하게 국빈방문(State Visit)이 되는 벨기에와 EC본부 방문에서도 경제협력증진 방안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고흥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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