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쓰레기 분리 수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쓰레기 종량제란 배출량에 따라 배출자에게 그 처리 비용을 부담토록 해 쓰레기 발생량을 억제하고 재활용품도 종류에 따라 나누어 내놓도록 한 것이다. 1995년 1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된 이 제도에 따라 일반 가정과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각 시.군.구에서 제작.판매하는 규격 봉투에 쓰레기를 넣어 일정한 장소에다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여보, 내일 쓰레기 분리 수거하는 날이에요. 아침에 분리 수거하는 것 좀 도와주세요"에서처럼 '쓰레기 분리 수거'라는 말이 쓰이는 경우를 자세히 살펴보면 대체로 그 행위의 주체가 뒤바뀌어 있다.

우선 쓰레기 '수거'는 일반 가정에서 할 일이 아니다. '수거(收去)'는 말 그대로 '거두어 가는 것'을 뜻한다. 즉 '쓰레기 수거'는 쓰레기를 수거해 매립장이나 소각장으로 가져가 처리하는 쓰레기 처리업자들이 써야 맞는 말이다. 각 가정에서는 '수거'가 아니라 '배출(排出)'하면 되는 것이다.

또 '분리(分離)'는 '서로 나누어 떨어지게 한다'는 말로 쓰레기를 해체(解體)한다는 의미가 된다. 물론 경우에 따라 '분리'해야 할 때도 있겠지만 '종류에 따라 나눈다'는 '분류(分類)'가 더 적절한 말이다. 따라서 말하기가 좀 어렵긴 하지만 '쓰레기 분류 배출'로 쓰는 것이 좋겠다.

비로 쓸어 깨끗하게 해야 할 곳은 우리의 생활공간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마음밭에 있는 쓰레기도 매일매일 깨끗이 쓸어 내버려야 한다.

최성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