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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병으로 숨진 50대 교사 퇴직 연금 1억5000만원을 장학금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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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청장과 수성인재육성장학재단 이사장 명의로 설치한 표지석 [사진 수성구]

지난해 지병으로 숨진 50대 교사의 유족이 그의 공무원 연금 1억5000여만원 전액을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대구 수성구는 교사로 재직하다 지난해 6월 지병인 간암으로 숨진 김진구(당시 53세)씨의 유족이 김씨의 공무원연금 특례급여 1억5230만원 전액을 수성인재육성장학재단에 장학금으로 기탁했다고 2일 밝혔다.

경북 울진 출신인 김씨는 포철공고와 충남대를 나와 1986년 서울 서대문중학교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도시과학기술고에 근무하던 지난해 6월 암 투병 중 사망했다.

하지만 김씨는 결혼을 하지 않아 배우자가 없었다. 부모도 세상을 떠나 연금을 수령할 사람이 전혀 없었다. 지난해 10월 대구시 수성구에 사는 김씨의 맏형이 수성구청에 들렀다가 공무원 퇴직연금 특례급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장학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퇴직연금 특례급여는 유족 없이 사망한 경우 장학사업 등 고인을 기념할 수 있는 사업에 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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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진구 교사의 유해가 묻힌 수목장지 모습 [사진 수성구]

김씨의 형은 곧바로 장학금 기탁 방침을 서울시교육청에 알렸고 공무원연금공단은 8개월 만인 지난 6월 28일 특례급여를 수성인재육성장학재단에 전달했다.

김씨는 마이스터고인 서울도시과학기술고에 재직하면서 2015년 동료 교사와 『건설ㆍ플랜트 기초』『건설ㆍ플랜트 3D 모델링』이란 책 두 권을 집필했다. 이 책은 김씨가 세상을 떠나기 4일 전에 발행됐다.

그의 형은 “장학금을 기탁하면 동생이 후학양성에 바쳤던 시간이 끝나지 않고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성인재육성장학재단은 기탁금에서 나오는 이자로 형편이 어려운 이공계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수성구와 수성인재육성장학재단은 지난달 22일 대구시 달성군의 한 사찰 수목장림에 묻힌 그의 영전에 감사의 뜻을 담은 표지석을 설치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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