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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에 웬 맷 데이먼?…또 다시 촉발된 ‘화이트워싱’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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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리장성에 출연한 맷 데이먼

11세기 무렵 중국 송나라. 만리장성이 괴수를 막기 위해 건설됐다는 역사적 비밀을 알게 된 한 군인이 정예부대에 합류해 인류를 위협하는 거대한 괴물에 맞서 싸운다. 세계적인 거장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 ‘만리장성’(The Great Wall)의 내용이다. 역대 중국 영화 최대 제작비인 1억 5000만 달러(1660억원)가 투입됐다.

그러나 만리장성은 개봉되기도 전에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인류를 대표해 만리장성에서 싸우는 주인공 역을 백인인 맷 데이먼이 맡았기 때문이다. 미국 CNN은 1일 영화 만리장성이 ‘화이트워싱’(White washingㆍ동양인 역할을 백인으로 바꾸거나 백인 배우가 동양인인 것처럼 연기하는 것) 논란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지난 아카데미 영화제의 ‘화이트 오스카’ 논란과 일본 만화가 원작인 영화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모토코 소령 역을 백인인 스칼렛 요한슨이 맡은 데 이은 인종차별 논란이다.

맷 데이먼이 만리장성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후 미국과 영국의 네티즌들은 SNS를 통해 비판에 나섰다. 유명 블로거인 Angry Asian man은 "당신이 영화 배경을 어떤 시대, 어떤 곳을 설정하더라도 할리우드는 백인 남성이 빛날 자리를 찾아낼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 외에도 트위터 상에는 "영화 만리장성에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중국 배우 맷 데이먼이 주연으로 나온다”고 하거나 “중국 출신이라면서 왜 백인이냐”는 질문 등이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진시황릉 병마용 사진에 맷 데이먼 얼굴을 합성해 올리기도 했다.

미국 시트콤 ‘프레시 오프 더 보트(Fresh off the boat)’에 출연 중인 대만계 여배우 콘스탄스 우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만리장성은 인종 차별적인 영화”라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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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리장성을 조롱하는 트윗

그는 트위터 글을 통해 “우리는 백인 남성만이 세계를 구할 수 있다는 인종차별적 신화를 막아야 한다”며 “우리의 영웅들은 맷 데이먼처럼 생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맷 데이먼에 대한 비난이 아닌 인식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밝혔다.

‘화이트 워싱’은 할리우드의 고질적인 이슈다. 1970년대 미국 드라마 ‘쿵푸’ 시리즈에서 백인 배우 데이비드 캐러딘이 쿵푸 고수로 출연한 것이 화이트 워싱의 대표 사례다. 지난해에는 동명 소설이 원작인 영화 ‘마션’의 한국계 과학자 민디 박 역할을 백인 여배우 맥킨지 데이비스가 맡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올해 화이트 워싱 논란을 일으킨 영화 공각기동대의 각본가 맥스 랜디스는 “아시아 여배우 중에 국제적 수준의 A급 리스트가 있느냐”라고 발언해 비판을 받았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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