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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놋그릇 생활속에 다시 자리잡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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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동안 식탁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유기가 이처럼 세인들의 관심을 다시 불러 모으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 반상기로부터 시작된 유기의 재등장은 신선노·불고기판 등으로 그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봄·여름엔 백자, 가을·겨울엔 유기가 제격이었던 우리네 형기문화가 자취를 감춘 것은 60년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그릇이 나오면서부터. 이후 식기는 스테인리스스틸에서 플래스틱·사기제품으로 바뀌어 왔다.
유기가 다시 등장한 것은 80년 뿌리깊은 나무사가 「방짜옥바리」란 명칭으로 칠첩 반상기를 시판하면서부터. 백자칠첩 반상기와 함께 개발됐던 이 제품은 백자가 쉽게 대중의 인기를 모았던데 비해 다소 시간이 걸려 최근에 와서야 비로소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유기 반상기를 제작하는 곳도 늘어나 현재 뿌리깊은 나무사 공급원인 무형문화재 77호 윤재덕씨 공방 외에도 인천 2곳, 서울 l곳에서 민예품점을 통한 주문생산을 하고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유기 반상기는 칠첩 반상기가 주류. 고래로 7개의 접시로 된 반상기란 뜻에서 칠첩 반상기로 명명됐던 이 식기일습은 본디 밥그릇 l개·국그릇 1개·보시기 1개·종지 3개·숭늉대접 1개·숭늉대접 쟁반 1개가 기본. 그러나 현대생활이 과거와는 달리 외상보다 겸상 위주로 되어 있는 관계로 요즘의 칠첩 반상기는 밥그릇·국그릇·숭늉그릇 및 쟁반이 각각 2개씩으로 된 총21개가 1벌이다.
가격은 제조 방법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는데 구리와 주석을 섞어 두들겨 만든 방짜옥바리는 1백35만∼l백99만9천원. 주물공장산은 주석함량이 15%가 되는 청철 제품이 45만원, 두들겨 만든 방짜 제품이 37만원, 잡쇠로 된 청철 방짜가 17만원, 구리와 납·아연의 합금인 신쮸(진유)제품이 14만원선이다.
민예품점을 경영하는 송진활씨(서울만물)는 『가게에 드나드는 손님중 약30%가 유기 반상기를 찾는 이』라고 말하고 『50∼70대주부가 주류를 이루지만 30대 젊은 주부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고 들려준다.
유기 반상기를 찾는 이유는 옛날에 대한 향수나 외국인에게 우리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 외국에 가 있는 친지들에게 선물용으로 사가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딸의 혼수감으로도 인기가 높다는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국브리태니커회사 김종독판매관리실장은 『전통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부들도 전통적인 살림살이를 갖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난 것』으로 분석하고 『별도로 식탁 예법을 가르치지 않아도 조심성 등을 저절로 익힌다는 잇점도 뒤따른다』고 말했다.
한때 냉대를 받았던 유기가 최근에는 일일이 기왓장 가루로 닦지 않아도 되게끔 「광약」이 나와 손질이 간편해진 것도 일반인의 관심을 다시 모으게 된 이유의 하나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인체에 대한 유독성 여부는 신뢰할만한 곳에서 만든 것이 아닐 경우 완전히 안심할수 없는 상태.
즉 구리와 주석의 합금으로 된 청동제품은 밥알에 푸른 녹이 묻어나도 전혀 인체에 해롭지 않으나 구리·아연·납으로 된 항동제품은 인체에 해로운 푸른 녹이 나온다는 것이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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