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직자가 상사에게 직접 승진 청탁 땐 처벌 안 돼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지난 28일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합헌 결정 직후 페이스북에 “헌재 결정이 우리 사회의 불공정과 부패를 뿌리 뽑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반응은 썰렁했다. “제일 센 권력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을 제외하고 무슨 부패를 뿌리 뽑고 정의를 세워요?”라는 식이었다.

의원, 인사청탁은 과태료 대상
지역구 민원 요청은 적용 안 돼
외국 대사, 취재진에 5만원 식사
대사는 처벌 안 받고 기자는 제재

유 의원뿐만이 아니다. 상당수 국회의원이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비슷한 내용의 항의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항의는 사실과 다르다.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도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의 오해와 진실’을 Q&A로 정리했다.

기사 이미지
◆ 부정청탁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은 ‘김영란법’ 적용을 안 받는다는데.
사실이 아니다. 부정청탁 규정에 한 가지 예외 조항이 있어 오해가 생겼다. ▶공익 목적으로 제3자(주로 지역구민)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기준의 제·개정과 폐지 ▶정책·사업·제도 및 그 운영 등의 개선에 관해 제안 또는 건의하는 행위 등은 부정청탁의 예외로 인정했다(제5조 2항). 다만 금품수수 금지 규정엔 국회의원을 예외로 한다는 규정이 없다. 예외 규정은 당초 국민권익위 안에는 없었으나 “국민의 고충 민원 전달 창구라는 국회의원의 역할이 위축돼선 안 된다”는 이유로 의원들이 입법 과정에서 추가했다.
국회의원도 소관 부처 담당자에게 인사 청탁을 하면 처벌받나.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당연히 부정청탁으로 처벌받는다.
공직자가 상사인 인사 담당자에게 승진 청탁을 하면 처벌받는 것 아닌가.
처벌되지 않는다. ‘김영란법’(제5조 1항)은 당초 누구든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 입법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직접’ 부정청탁을 할 경우 제재(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금지 규정’은 있는데 ‘제재 규정’은 없는 모순이 생겼다. 법 시행 후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기업체 대표가 경쟁업체를 계약에서 탈락시켜 달라고 담당 공무원에게 청탁하면 처벌받나.
처벌받는다. 자신이 직접 자신의 이익(경쟁업체 탈락)을 위해 부정청탁을 했지만 그 효과가 자신뿐만 아니라 제3자(경쟁업체)에게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 금품수수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출입기자들에게 1인당 5만원짜리 코스요리를 대접했다면.
리퍼트 대사와 출입기자들은 직무 관련성이 있다. 그래서 1인당 3만원 이상의 식사를 대접할 수 없다. 외국인이라도 대한민국 내에서 위반행위를 하면 처벌받는 속지주의가 적용된다. 그러나 리퍼트 대사의 경우 처벌은 면할 수 있다. 외교관의 면책특권 때문이다. 대신 식사 대접을 받은 기자들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공기업 팀장이 팀원 20명에게 1인당 식사비 한도 3만원을 초과해 5만원짜리 식사를 사 줘도 직무 관련성이 있으니 처벌받나.
처벌되지 않는다. 상사인 공직자가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부하 공직자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금품 제공 및 수수의 예외로 인정된다.


▶관련 기사
[단독] 담임교사 카톡에 5000원 커피 쿠폰 선물하면 과태료
② 2만9500원 한우, 3인분에 7만원 해산물…‘영란세트’ 등장


사립학교 교원이 동료 교원에게 5만원짜리 식사를 대접했다면.
처벌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식사 대접의 목적이 친목 차원이라면 직무관련성이 없어 1인당 3만원을 초과하는 식사를 대접할 수 있다.
공직자가 직무관련성이 있는 대기업 임원의 상가에서 1인당 3만원 이상의 음식과 술을 마시면.
처벌되지 않는다. 사회 윤리나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금품 수수와 제공으로 사회 상규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