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고 비도덕적이다|일부「전래 동화」의 내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표현 순화…교훈적 작품많이 나와야
어린이들이 읽는 전래동화가운데 일부 내용이 잔인하것, 배금주의 강조된것, 반도덕적인 것등이 발견되고있다. 전래동화는 구전되어온 이야기를 채집하여 작가들이 주제나 스토리로 골격을 다치지 않는 범위안에서 재구성, 동화로 꾸민것이다.
전래동화는 신화·전설·민담·우화등에 나타나는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으며 우리민족의 생활·신앙·사상·정신을 드러내는 보고다. 어린이들에게 읽히는 전래동화는 따라서 우리민족의 생활·인정세태를 가르쳐주고 교훈적인 내용을 담아 어린이들의 인격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동문학가 박경용씨는 전래동화중에 부정적인것이 포함된것에 대해 동화작가들이 ▲전해오는 이야기중에 어린이에게 읽힐것과 읽혀서는 안될것에 대한 엄정한 판단을 해야하고 ▲같은 이야기라도 어린이들의, 정서를 해치지 않도록 교훈적이고 아름답게 꾸며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래동화중에 잔인한것으로는 『여우누이와 세오빠』를 들수있다. 아버지가 늦게 얻은 막내딸만을 사랑하고 세 오빠는 미워한다. 집의 소가 한 마리씩 죽어가서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지키게 한다. 큰아들과 둘째아들은 누이가 여우로 둔갑하여 소의 간을 빼 먹는것을 보고 그대로 말했다가 쫓겨난다.
셋째 아들은 거짓말을 하여 남아있는다.
아버지가 죽고 쫓겨난 아들들이 돌아와 보니 막내동생도 누이에게 잡혀 먹혔다. 『여우와 세 오빠』의 내용은 엽기적이다. 작품서술도 잔인함이 그래도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서 굳이 교훈적인것을 찾는다면 정직한 사람이 핍박받는다는 정도이나 그러한 교훈은 엽기성속에 묻혀버린다.
『며느리의 복방귀』는 배금주의가 드러나고 있다. 요란한 방귀때문에 집안이 망하게되었다고 쫓아낸 며느리가 그 방귀때문에 많은 비단을 가지고 돌아오자 시부모들이 환영한다는 내용이다.
『말하는 남생이』등의 전래동화도 착한사람을 남생이가 도와준다는것이지만 돈에 너무 치중되어 있다.
『머리 아홉달린 도둑』은 어린이들이 읽기에는 잔인하고 반도덕적이다. 도둑이 예쁜 마누라를 끌고 가자 남편은 아내를 찾으러간다. 그런데 아내는 도둑이 가져오는 금은보화 때문에 이미 변심하여 찾아온 남편을 도둑에게 발각되게 한다.
이 이야기는 아내가 남편과 함께 도둑을 죽이고 나오는 딴 구성도 있다.
두 가지 이야기중에 어린이에게 읽혀야할것이 어느것인지 동화작가들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박씨는 말한다. 『아홉 머리를 가진 도둑』은 또 피가 튀는 처절한 싸움이 묘사되는등 잔인하다.
전해오는 이야기들은 초시간·초공간적이고 권선징악의 내용을 담을때 악한것을 드러내기 위해 잔혹한 표현이 많다. 또 불가사의한 인과관계를 가지는 몽환적인것이 특징이다. 그러한 이야기들은 어린이에게 알릴 때는 어린이의 정서를 해치지않는 상태에서 표현을 순화시켜야한다.
전래동화는 육당 최남선이 「소년」지에 『남잡이와 저잡이』를 발표하면서 어린이들에게 본격적으로 읽혀지기 시작했다.
일제때는 제대로 이루어지기 못하다가 해방이후 전래동화 채집이 활발해 지면서 많은 이야기가 모아졌으나 채집에 성급한 나머지 내용에 대한 비판이 충분하지 못하였다.
박씨는 『어린이들은 비판능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동화작가들이 비판적 안목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림」동화나 「안델센」동화등도 설화를 주제를 한것이 많으나 얘기속에 포함된 잔인성을 가급적 줄이고 꿈과 요정을 강조하는 유려한 작품으로 만들어냈다고 박씨는 지적했다. <임재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