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 유산 옆에 장례식장 허가"…김포 주민 "화장장 운영 의혹"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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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장릉(章陵·조선 원종과 인현왕후 능) 옆에 장례식장 건축허가를 내주자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업체측이 장례식장이 아닌 납골당·화장장을 운영하는 것 아니냐'며 한 달째 시청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 집단 행동을 하고 있다.

28일 김포시에 따르면 상조 업체인 (주)프리드라이프는 옛 김포장례식장이 있던 풍무동 662-71번지에 종합장례식장을 짓기로 하고 지난 3월 시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았다.

이 업체는 옛 장례식장 부지 외에도 인근 땅 6필지를 더 매입해 모두 7500여㎡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장례식장을 만들 예정이다. 예정대로라면 5~6월쯤 착공에 들어가야 했지만 이 업체는 아직까지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이 "주거환경과 문화관광사업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반대하고 있어서다.

주민들은 "장례식장 부지에서 50m 떨어진 곳에 세계문화유산이자 조선시대 추존왕인 원종과 인헌왕후 능인 장릉이 위치하고 있다"며 "이미 주변에 도축장과 공원묘지 등 혐오시설이 위치하고 있는데 주민들과 사전협의도 없이 장례식장을 건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또 "이 업체가 장례식장으로 허가를 받은 뒤 사실상 납골당이나 화장장으로 운영하려는 것 아니냐"며 "(김포시는)건축 허가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지난 4월 말 김포시청을 항의 방문한 데 이어 최근에는 시청 앞에서 매일 오전 '납골당·장례식장 설치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김포시 관계자는 "옛 장례식장의 시설이 낡아 새 장례식장 건설을 추진한 것인데 주민들이 '사실상 납골당·화장장 운영이 목적'이라고 오해하고 있다"며 "프리드라이프 측에서 '장례식장만 운영하고, 추후 시설을 매각하더라도 장례식장만 운영하도록 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증까지 제출한 상태에서 주민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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