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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당선돼도 후유증 심각|결과에 불복 대규모 소요예상|군사기지 들러싼 미 태도 주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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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필리핀대통령선거가 개표 4일째로 접어들면서 정국이 극도의 혼란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혼란상태는「마르코스」 「코라손」두 후보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쉽게 수습되지 않을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우선 「마르코스」후보가 당선된다고 가정하더라도 극도의 혼란과 소요가 계속될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투·개표 과정에서 「마르코TM」 대통령이 갖가지 부정한 방법을 동원, 표를 홈쳐갔다고 국민들이 믿기 때문이다. 부정선거라는 생각이「마르코스」로부터 그나마 남아 있던 국민들의 신뢰와 권위를 빼앗아가 버렸다.
부정선거를 이유로 야당측은 선거무효내지 「코라손」의 당선을 들고 나올것이며 이를 대대적인 가두시위로 표현할가능성은 야당후보인「코라손」여사가 직접 밝힌바 있다.
이에따라 「마르코스」 의 당선이 확정되더라도 야당의 시위에 의한 사회혼란이 계속되는 한편 불법화돼 있는 공산당의 테러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측에서는 그동안 현행 헌법하에서의 일체의 선거를 거부하면서 보이코트 자세를 취했다. 이것은 예상되는 부정선거로 「코라손」 후보가 낙선할 경우 이를 이유로 자신들의 테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한편 세력확장의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이기 때문이댜.
또 「마르코스」가 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된다고 하면 군부내 개혁파 장교들이 지금까지 선거에서 중립을 지켜오던 자세에서 발전,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모종의 압력을 가해 올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군부내에서「베르」참모총장을 주축으로 햐는 친「마르코스」 파와「라모스」 중장을 주축으로하는 개혁파간의 충돌을 불가피하게 하는것으로 군부의 불화는 사회혼란을 가속화시키게될 가능성이 있다.
가장 심각한 우려를 갖게하는 것은 미국의 이번 선거에 대한 태도다. 선거 기간을 통해 미국은 시종 「마르코스」 정부에 대해 공정한 선거가 치러져야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압력을 가해왔다. 또 미국은 「마르코스」대통령항일투쟁경력이 허위라는 사실을 선거 직전에 폭로하는가 하면 미국내 도피재산을 폭로해 「마르코스」 정부의 약화를 꾀했다. 선거중에는「리처드·루거」 상원 외교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선거감시인단이 필리핀에 머무르면서 공공연히 『이번 선거는부정이 개입돼 있음이 확실하다』 고 말해 야당측의 사기를 부추겼다.
이러한 미국측의 태도에「마르코스」 대통령은 매우난감해 하고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이 미국측에 대해『부정선거 운운은 야당측을 도우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한 점에서 그러한 심정을 엿볼수 있다.
미국무성 「폴·월포위츠」 동아시아태평양 담당차관보는최근 필리핀 사태에 대해『우리는 베트남·이란·니카라과의 전철을 되풀이하기에는 시간과 돈이 부족하다』 고 말하면서 『필리핀의 미군기지는 절대포기할수 없다』 고 못박았다. 현재 마닐라만에는 미 7함대소속 항공모함 미드웨이호및 전투함·잠수함과 함께 1만5천명의 해군이 필리핀사태를 지켜보기 위해 정박해 있다. 필리핀기지를 팔라우군도와 티니안섬등으로 후퇴시키는 방안도 검토되고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5∼6년의 시간과 40억∼50억달러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미국측은 추산했다.
이러한 문제들과 함께 지난 2년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한 필리핀경제는 더욱 불황이 심화될것으로 보인다. 84년 마이너스 5·4%, 85년 마이너스 4%로 지난 1946년 독립이래 최악의 상태다.
7O년대의 섣부른 공업화의 실패, 필리핀 전략수출품목인 설탕·코코넛·마닐라삼·동·파인애플·바나나등의 국제시장에서의 가격하락,「아키노」전의원의 암살사건으로 빚어진 정치혼란과 이로 인한 투자마인드의 위축, 해외자본의 유출등으로 필리핀경제는 단기처방으로는 쉽게 소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제문제는 「코라손」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크게 호전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치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마르코스」대통령만큼이나 어려운 문제를 안고있다.
그것은 선거를 앞두고 야당진영이 극적인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으나 당선후에는 자신들의 이익을 첨예하게 내세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살바도르·라우렐」 야당부통령후보가 대통령후보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제시한 요구사항을 보더라도 그같은 상황은 쉽게 짐작할수 있다. 「라우렐」 부통령후보는 당시「코라손」후보에게▲「코라손」의 재집권은 인정하지 않는다▲수상등 주요 직책을 「라우렐」 후보의 당인 UNIDO (민주세력야당연합) 가 맡는다▲차기 지방선거를 포함한 모든 선거의 감시원을 UNIDO당원으로 한다는 등의 당선후 조건을 제시했었다.
게다가 「코라손」 후보의 당인 LABAN도 「코라손」 대통령후보추대서명운동파·구자유당 「살롱가」 파·민주당파·기독교민주주의자동맹등 10여개로 갈라져 있으며 특히후보추대서명운동은 학생·노동자·교인·민족주의자등 중도좌파를 흡수하고 있어 상당한 내부 갈등이 예상된다.
특히 선거를 보이코트한 공산당및 신민족주의자 동맹에대해서는 「코라손」 진영이 공산당합법화·정부군과의 휴전선포등을 통해 공식적인 대화상대자로 인정함으로써 해결하겠다는 낙관론을 펴고있으나 5년내 필리핀의 공산화를 장담하고 있는 공산당과는 근본적인 이념차이로 인해 강력한 정국의 변수로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개표가 지연되면서 극도의 혼미가 계속되고있는 이때 이러한 선거후의 비관적인 전망으로 인해 필리핀의 앞날은 어둡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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