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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 뜬 기분, 이 맛에 치과의 접고 폴댄스에 빠졌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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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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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진씨가 25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폴핏코리아’에서 팔과 다리로 별 모양을 만드는 폴댄스 동작 ‘트위스티드 스타’를 살짝 변형해 선보이고 있다. [사진 전민규 기자]

높이 3m, 직경 43mm인 수직기둥(폴)에서 그는 자유로웠다. 폴에 가뿐히 올라 두 다리로 매달리더니 허리를 아래로 굽혀 세 차례 회전했다. 두 다리를 공중으로 뻗어 180도 벌렸고, 한 다리만 폴에 건 채 버티기도 했다.

폴댄스 강사 4년째 오현진씨
높이 3m, 직경 43㎜ 기둥이 무대
TV 시청하다 우연히 매력에 눈떠
매일 3~4시간 구슬땀, 책도 펴내

25일 만난 폴댄스 강사 오현진(40)씨는 음악에 맞춰 곡예에 가까운 공연을 선보였다. 168㎝ 키에 탄탄한 몸매가 인상적이었다. 폴댄스는 폴을 이용해 추는 춤과 체조를 말한다. 오씨는 “근력과 유연성을 길러주고 다이어트와 몸매 교정에 효과적인 운동”이라고 소개했다. 올해로 4년째 폴댄스를 가르치는 그의 원래 직업은 치과의사였다. 부산대 치의학과를 졸업한 이듬해인 2003년 결혼했다. 정신과 전문의인 남편과의 사이에 초등학생인 두 아들을 뒀다.

서울에서 치과를 운영하던 오씨는 2011년 취미로 폴댄스를 시작했다. “‘화성인 바이러스’란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폴댄스를 접했어요. 한눈에 반해 학원에 등록했죠. 폴댄스가 국내에 막 들어왔을 때라 당시엔 폴댄스를 하면 그야말로 ‘외계인’ 취급받았어요.”

집에 폴을 설치하고, 매일 밤 3~4시간씩 연습했다. 하체 힘만으로 버티는 ‘클라임 업’과 같은 기본 동작은 한두 시간 만에 익혔다. 하지만 ‘이글’(폴에 한 다리만 걸고 나머지 다리를 위쪽으로 뻗어 그 발끝을 손으로 잡는 동작)처럼 고난도 동작은 체득하는 데 6개월이 걸리기도 했다.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이고, 몸에 멍이 들었지만 삶의 활력소가 됐다. “너무 재밌는 거예요. 공중에 붕 뜬 채 내 몸에 온전히 몰입하거나, 어려운 동작을 성공하면 짜릿했죠.”

그는 2013년 폴댄스 협회 겸 학원인 ‘폴핏코리아’를 서울 동숭동 등에 차렸다. 폴댄스를 가르치고 민간자격증인 폴댄스 자격증도 발급한다. 지금까지 배출한 강사만 100명가량 된다. 첫해는 치과 운영과 병행했지만 이듬해 치과를 접고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폴댄스를 널리 전파하고 싶었다”며 “수입은 치과를 할 때보다 줄었지만 즐거움은 늘었다”고 밝혔다.

관능적인 폴댄스의 특성 탓에 “의료인의 품위를 손상시킨다”는 따가운 시선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관능미는 폴댄스의 다양한 매력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공부하는 폴댄서’다. 최근 폴댄스 안내서 『폴댄스 피트니스』를 펴냈다. 이 책은 폴댄스 대표 동작 100가지를 그림과 함께 소개한다. 그는 “흩어져 있던 정보들을 한곳에 모으고 싶었다. 해외 자료들도 찾아보면서 2년간 준비했다”고 말했다.

2008년 한국외대 영어 통번역학과를 졸업한 그는 영어 논문 번역사로도 활동 중이다. “저는 스무 살 때부터 멋진 40대를 꿈꾸면서 열심히 살았어요. 또 뭔가를 꾸준히 하다 보면 멋진 50대가 찾아오지 않을까요.”

◆폴댄스=1900년대 미국 서커스단에서 폴을 이용해 하던 공연이 클럽에서 스트립쇼 형식으로 행해졌다. 90년대 들어 현재와 같은 운동이 결합한 폴댄스로 발전했다.

글=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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