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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지지"에 택시에 공짜|「해외탈출」항공편 예약 만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프로 유권자 날라>
○…투표가 개시된 7일 상오 날씨는 매우 쾌청했고 기온은 섭씨27도. 6일부터 실시된 임시공휴일 탓인지 거리는 매우 한산한편이었고 장거리여행이 금지돼 차량행렬도 뜸했다. 투표장까지의 교통이 불편한 일부지방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동원한 10인승 지프가 마을을 순회하며 유권자들을 실어 날랐다.
○…마닐라수도권에는 전국투표장의 약10%인 8천3백23개소의 투표장이 각급 학교에 설치돼 있으며 상오6시30분쯤 날이 밝아지자마자 인근에 사는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몰려나와 줄을 서서 투표하는 모습도 보였다.
야당을 지지하는 택시운전사들은 투표장으로 가는 손님을 태운 뒤『누구를 더 좋아하느냐』고 물어「코리」라고 대답하면 요금을 받지 않은 채 무료로 태워주기도.
○…투표장마다 에는 각급 공립학교 교사 2명씩이 투표소관리위원장으로 배치되었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파견한 직원 1명, 그리고 집권KBL과 야당인 LABAN에서 각1명씩의 참관인이 나와있다.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컴퓨터집계를 실시, 마닐라의 국제 컨벤션센터에 집계본부를 설치하고 3백여 명의 요원들을 동원, 전국각지에서 올라오는 개표상황을 즉각 처리하여 국민의회에 보고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선관위의「사벨라노」위원장은 이날하오6시부터의 개표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8일 새벽 전까지 80%의 개표가 진척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항에 특별 군 병력>
○…마닐라의 비즈니스 데이지는 5일「마르코스」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에 대비, 자신의 고향 일로코스에 있는 그의 별장에 군대를 동원하여 요새를 구축할 계획을 이미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마르코스」별장은 천연의 요새로 이미 지난달 중순 말라카낭 궁에서 27대 분의 컨테이너화물을 자신의 요트에 실어 두었다는 것.
이와 함께 마닐라에는 최근6개 연대의 병력이 탱크·헬리콥터 등으로 무장한 뒤 배치됐고 「실종군단」(Lost Command)이라는 비공식 군 병력이 마닐라 국제공항지역을 장악하고 있다는 보도들도 나오고 있어 선거 뒤의 불안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선거에 따른 정정 불안은 필리핀의 엑서더스를 연출하고 있다. 이미 해외로 떠나는 모든 비행기의 좌석이 예약된 상태이며 심지어「마르코스」대통령의 측근들과 추종재벌기업가들도 하나둘씩 몰래 국외로 빠져 나가고있는 실정.
이 같은 사태는 선거가 여당 측에 불리한 결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는 추측에 따른 것. 마닐라에 주재하는 각국 상사구이나 교민들은 이미 지난해 연말부터 홍콩·동경 등지로 피신상태에 있다.

<정부통령후보 8명>
○…필리핀 정·부통령 선거후보는 각각 4명으로 모두8명.
이중 정·부통령후보 티킷을 함께 쥔 팀은 3개로「마르코스」「톨렌티노」,「코라손」「라우렐」등 이미 유명해진2팀 외에 엔지니어인「나르시스코·파딜라」와 목사인「로저· 아리엔다」가 러닝메이트로 나서고 있다.
나머지 2명은 싹을 이루지 못한 단신출마자로서 2명의 전 야당의원이 각기 대통령후보와 부통령후보로 나서고 있다.
○…유권자들은 투표용지에 후보의 이름을 적게 되는데 정·부통령후보를 적거나 또는 대통령후보만 적을 수도 있다.
대통령후보에만 기표할 경우 부통령후보는 자동적으로 티킷이 마련된 후보에게로 돌아간다.
그러나 투표자들은 티킷에 관계없이「마르코스」-「라우렐」또는「코라손」-「칼라우」등 자유롭게 후보자들을 골라 적어 넣을 수도 있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에서 외국인들의 투표장 50m이내 접근을 금지한다고 밝혔으나「리처드·루거」미 상원 외교위원장이 이끄는 미국인 선거감시 단에 한해서만 투표장안에까지의 출입을 허용한다고 6일하오 밝혔다. 그러나 외신기자들에 대해서는 접근금지조치가 여전히 유효한 상태.
○…필리핀 민간선거감시기구인 자유선거국민운동(NAMFREL)은 7일 마닐라의 한 투표지역 유권자들이 여당 측에 표를 찍도록 뇌물을 받았다고 주장, 투표초반부터 부정선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NAMFREL은 마닐라북쪽 말라본투표구에서 투표개시전인 6일 밤 군인과 민간인들이 집집마다 방문, 1인당 50페소(2천2백50원)씩을 주고 투표에 참가하도록 매수했다고 밝혔다.
필리핀선거는 전통적으로 심한 부정이 개임 돼 왔는데 한 유권자가 여러 투표소를 돌며 투표하는「비표」(flying vote), 허위 인물이 투표대장에 등록돼 있는 유령표(ghost vote)등의 방법이 동원돼 왔다.
○…7일 상오 중 전국에서 선거와 관련된 사건·사고발생내용은 정확히 파악되고 있지 않은 가운데 현재까지 여·야당 후보 지지자들간에 폭력사태로 적어도 51명이 사망했다고 군 소식통들이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선거의 치안총책임자인「라모스」군 참모차장은 전국 74개 주중 65개 주의 3천5백 개 투표소가 사고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판단돼 해당지역 군사령관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갖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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