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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유가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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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제원유가격이 계속 떨어져 다시 저 유가시대를 맞고 있다. 73년 1차 오일 쇼크 이래의 대 반전이다. 국제 유가하락은 세계경제구조를 바꿀 뿐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제유가는 어디까지 내려갈 것이며, 그 파장이 한국에 어떻게 미칠 것인가.
분야별로 알아본다. <편집자주>
올들어 국제 석유 값이 곤두박질하고 있다. 지난 연말 현물시장 시세가 배럴 당 25달러 했던 것이 불과 한달 남짓 사이 15달러 선으로 폭락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산유국간에 불붙은 유가 전쟁의 결과다.
1차(73년), 2차(79∼80년)오일 쇼크 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원유가 가 이제는 반대로 바닥을 향해 달음박질치고 있다.
얼마나 떨어질지 아무도 예측 못할 정도로 유가는 배럴 당 10달러 대를 향해 곤두박질치고있다.
동력자원연구소는 『OPEC가 얘기하는 대로 공정한 시장 몫을 확보하기 위해 증산을 계속하고 비OPEC산유국이 OPEC의 감산제의를 끝까지 거부할 경우 유가는 배럴 당 8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비OPEC의 대표주자인 영국. 노르웨이의 북해 산 브랜트 유의 경우 감가상각비. 마진 등을 뺀 순수생산조업비만해도 배럴 당 8달러이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가가 8달러까지 떨어지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산유국을 제외한 브랜트유. 미국산 WTI유 등은 모두 생산을 중단, 유가전쟁은 종식되고 유가는 다시 반등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리나라와 같은 소비국들은 좋지만 유가하락은 산유국에 손해일 뿐인데 왜 이처럼 유가는 계속 떨어지기만 하는 것일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제석유시장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79년 제2차 석유파동이후 세계경제는 계속 침체,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2.6%밖에 안 되고 에너지 수요 패턴이 달라져 석유소비량은 계속 줄기만 했다.
그 동안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세계경제가 연평균 3.3%이상 성장해야 석유소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오일쇼크 후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의 진보로 에너지원단위가 73년보다 21%나 줄어들었다. 기술 향상이 에너지 수요를 줄일 수 있게된 것이다.
이에 따라 79년 자유세계 석유소비량은 하루 5천2백40만 배럴이었으나 85년에는 4천5백60만 배럴로 대폭 줄어들었다.
국제에너지기구(IIA) 보고서에 따르면 석탄. 원자력, 천연가스 등 대체에너지의 급격한 증가로 선진공업국의 석유의존도는 79년 50.4%에서 85년에는 40.4%로 줄었다.
석유소비가 이처럼 날로 줄어드는 판국에 OPEC의 석유공급은 세계석유시장이 공급자시장에서 소비자시장으로 바뀌면서 79년 58.8%에서 85년 37.8%로 줄어들었다.
OPEC의 공급능력은 85년의 경우 하루2천6백80만 배럴에 이르고 있으나 생산실적은 하루평균 1천7백20만 배럴밖에 안 됐다. 결과적으로 하루에 9백60만 배럴 감산을 단행한 셈이다.
이렇게 되니 OPEC의 경상수지도 계속 악화돼 79년 5백85억3천1백만 달러나 되던 혹자가 점점 줄어 83년부터는 적자로 돌아섰다.
83년 OPEC의 경상수지 적자는 1백95억 달러, 84년 40억 달러에 이르러 해외저축을 까먹는 형편이 됐다.
유가하락방지를 위해 하루1천만 배럴의 생산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2백20만 배럴까지 감산을 단행하던 사우디아라비아는 83, 84년 누적적자가 3백16억 달러에 달했다.
이렇게되니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산유국들이 가만히 앉아서 브랜트유 등 비OPEC산유국의 높아지기 만 하는 시장점거를 바라볼 수 만 없게 되었다. 할인판매를 불사해가며 증산으로 맞서기 시작했다.
OPEC내 에서도 이란. 이라크가 전비조달이란 명목으로 생산쿼터를 무시한 채 마구 생산해 팔기 시작했고, 사우디아라비아도 85년10월부터 소위 네트백(석유 제품가에서 운임. 정제비를 빼주는 할인판매)이란 방식으로 할인판매를 하기 시작했다.
하루생산량 제한선인 1천6백만 배럴은 무너졌고 오만. 이집트. 멕시코는 현물 가 기준으로 판매가를 매월 조정하기 시작했다. 에콰도르. 이라크는 장기계약도 모두 현물 가에 연동판매하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트백 판매도 최근 1백90만 배럴까지 늘어났고 앞으로는 3백만 배럴 까지 네트백 방식으로 팔겠다는 계획이다.
가격 카르텔로 세계를 위협하던 OPEC가 지난해부터 완전히 붕괴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가능한 한 막아보자고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주축이 돼 지난해 12월4일 빈에서 제76차 OPEC총회를 열었다.
그렇지만 자체 내 감산에 의한 가격유지는 잡다한 이해관계 때문에 실패로 돌아갔고, 「공정한 시장 몫」확보를 위해 유가전쟁을 불사하며 증산정책을 취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가격하락에 불을 붙인 것이다.
즉 영국 등이 감산에 응하지 않으면 무제한 원유를 생산, 가격전쟁을 벌이면서까지 OPEC의 시장 몫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영국의 「대처」수상은 『자유시장원칙을 고수하겠다』며 OPEC제의를 일축, 이때부터 유가는 폭락하기 시작했다.
물량으로 맞설 테면 맞서고, 가격으로 맞서려면 맞서보라는 입장이다.
영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의해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펴고 있으나 OPEC는 석유판매수입이 재정의 90%를 차지한다는 약점이 있어 무제한 가격전쟁을 벌일 수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영국도 브랜트유의 이윤을 포함한 적정 생산비가 배럴 당「달러」정도나 되기 때문에 무제한 가격전쟁을 벌일 수는 없다는 약점이 있다.
결국 비OPEC산유국, 특히 영국이 『감산을 통해 석유시장의 안정을 도모하자』는 OPEC제의를 언제까지 거부하느냐, 결국 타협하느냐에 따라 유가향방이 결정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그렇지 않으면 비OPEC 산유국의 마지노 선인 8달러까지 가격은 폭락, 제3의 역 오일쇼크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오는 3월로 예정된 OPEC 전체 각료 회의 전까지 OPEC및 비OPEC의 선봉장 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영국이 시장점유율 할당을 위해 극적인 타협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OPEC특별위가 이번 회담에서 증산규모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것도 협상의 여지를 남겨 두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어쨌든 OPEC는 이제 주석·원당·고무 등처럼 한때 반짝했던 카르텔에 지나지 않게 돼가고 있다. <이석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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