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살짝 떨어진 안심전환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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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안심전환대출 금리보다 낮아진 역전 현상이 생겼다. 안심전환대출은 정부가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지난해 3월 출시한 상품이다.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고정금리 방식이다. 원리금 상환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시중은행 상품보다 금리 수준이 낮아 두 달 만에 31조 원어치의 대출상품이 ‘완판’됐다.

변동금리 상품과 금리 역전 현상
“장기적으론 고정금리가 유리”

그런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덩달아 낮아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2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6월 평균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금리가 가장 낮은 곳은 SC제일은행이었다. 신용 1~2등급에 해당하는 사람은 지난달 이 은행에서 평균 2.62%의 변동금리 또는 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KEB하나은행의 신용 1~2등급 고객은 지난달 2.66%의 대출금리를 적용받았다. 안심전환대출 금리(2.65%)보다 낮거나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다른 은행들도 2% 중반 구간으로 진입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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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심전환대출에서 시중은행 대출로 역(逆)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주택금융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중도 상환된 안심전환대출 금액은 1조3773억원이다. 월별 중도상환 금액도 1월 1287억원에서 4월 1504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여기에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더 떨어지면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

하지만 금리가 더 떨어진다 하더라고 성급하게 시중은행의 대출상품으로 전환해선 안 된다. 안심전환대출은 1년 내 상환할 경우 1.2%의 수수료가 발생하고, 해마다 0.4%포인트씩 떨어져 3년 후부터 수수료가 면제된다. 안심전환대출은 신용등급별 동일한 금리를 적용받는데 비해 시중은행은 신용에 따라 금리 혜택이 다르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주택금융공사 이규진 정책모기지 부장은 “단기적으로 시중금리가 더 떨어질 수 있지만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금리가 오를 가능성에 대비해 현재의 고정금리를 이용하는 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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