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분지키고 부정안한다."|최경록 전주일대사 「일본힘의 근원」 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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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경록 전주일대사는 지난달 31일 전 주일특파원들의 모임인 일본연구회(회장 신우식 서울신문이사)에서 5년반에 걸친 일본근무기간중의 체험을 통해 느낀 「일본의 힘의 근원」 에 대한 강연을 했다. 다음은 강연내용의 요약.
우선 우리는 스스로의 잘못 단점을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싶다. 결점을 알아야 고칠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솔직이 말해 우리가 일본 수준을 따라가려면 최소한 30년, 혹은 50년은 걸릴지 모른다는게 내 느낌이다.
국민소득의 얘기가 아니다.
국민소득은 국제정세에 따라 바뀔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구비돼 있느냐는 문제는 그렇지 않다.
마라톤을 할때 처음은 같이 뛸수 있지만 결국은 잘뛰는 사람에 뒤지게 마련이다. 최근 방송국프로그램에나가 일본사람은 1사람+2사람은 3사람의 힘이 아니고 4사람, 5사람의 힘이 나온다고 얘기한 일이 있지만 바로 그점이 우리와의 차이라는 점을 다시 얘기하고싶다. 후꾸다」전수상의 집에 간일이 있는데 현관이 좁아 구두 벗을자리가 없고 응접실에 6∼7명이 앉기 어려울 정도였다. 우리 국회의원 여러분을 데리고 갔는데 민망할 정도였다.
일본 재계의 거물 「오오쓰끼」씨의 초청으로 하꼬네 에 있는 그의 별장에서 3일 묵은 일이 있는데 그때도 별장이라는 것이 문지방에 머리가 닿는 좁고 텁수룩한 시골집이어서 놀랐다.
그런것을 볼때 우리는 너무 허세가 크고 낭비가 많은것같다.
일본인들이 선후배 관계를 중시하는것도 인상적이다.
「나까소네」수상과 골프를 칠때 점심시간이되면 혼자 있어야 하는 일이 많다. 그가 여기 저기 선배들을 찾아 다니며 인사를 하기 때문이다. 선배들이『자네』 하며 수상을 격려하는 것을 보았다.
선배를 존중하고 후배를 아낀다는 점에서 보면 우리는 양쪽이 모두 좋지않다.
일본에서는 인간관계는 영원이다. 사람의 처지가 바뀌어도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
이동원전 외무장관이 일본에 왔을때 「기시」전수상을 비롯, 한일국교정상화때 관계있던 인사들이 모두나와 환대했다는 말을들었다.
우리는 허세로 사람을 대한다. 대궐같은 집을 갖고있어야 한다는 것도 허세다.
인간관계를 영원한 것으로 생각하고 중요시 하는것, 이것이 1사람+2사람은 3사람의 힘이 아니고 그 이상의 힘을 내는 이유라고 할수있다. 일본이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오늘과 같은 대국을 이룩한 힘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고 본다.
자기의 본분을 지키고 도를 지키는것, 어느 자리에 있어도 부정 안하는것, 이것이 일본의 힘이다.
저 사람들은 관리도 관직을 자기것으로 생각지 않는다. 우리는 관직이 귄리를 행사할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나도 그랬는지 모르나 일본에서는 선택되어 국가민족을위해 일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장이든 차관이든 어깨가 올라가지 않고 오히려 고개숙이고 감사하는자세다.
솔직이 말해 5년반동안 있으면서 자신을 잃고 돌아왔다. 우리가 과연 일본을 따라잡을수 있겠는가 하는 회의가 생겼다.
자유당시대 「너무 애국·애족 부르짖는 사람 애국자 아니다」는 말을 했다가 이승만대통령에게 꾸중들은 일이 있다.
일본에서는 애국·애족한다는 말을 들어본 일이없다.
그러면서도 자기네 내부의일을 욕하는 사람이 없다.
공명당의 「다께이리」 위원장, 민사당의 「사사끼」, 심지어 사회당의 「이시바시」 위원장등 야당 지도자들에게 「나까소네」 수상 얘기를 물어봐도 『그 녀석 1세기에 하나 날까할 지도자다』고 극찬하는데 놀랐다.
『그런데 왜 국회에서는 그리 못살게구냐』니까 『그거야 정치 아니냐』는 대답이었다.
「맨스필드 주일미대사에 들어봐도 10여년근무기간중에 일본사람들이 자기네 정치가 욕하는것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자기들의 흠을 국제사회에 드러내 보이지 않으려는 것, 이것도 일본의 힘의 근원이다.
경제력이 국력이 아니라 1억2천만이 국익을 위해 똘똘 뭉치는데서 일본의 힘을 느낄수 있다. <신성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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