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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스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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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 주간지 타임은 언젠가 「영웅」을 특집으로 다룬 일이 있었다. 그 발제 논문을 보면 『영웅은 영웅적 시대에만 탄생한다. 현대와 같이 비영웅적 시대에서는 영웅의 출현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사회학자들은 현대와 같이 사회구성원의 역할이 복잡한 기계의 부속처럼 분화된 사회에서는 절대자로서의 영웅이 얼굴을 들이밀 구석이 없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오늘날처럼 종교와 신화의 구속력이 느슨해진 반면 자유와 평등을 내세우는 민주주의 이념이 팽배한 시대에서는 영웅이 담당할 역할도 없다.
그러나 이처럼 영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시대에도 영웅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대중영웅」(popular hero). 우리가 매스 미디어를 통해 매일 접촉하는 인기인들이다.
「슐레진저」는 현대인이 고전적 영웅을 거부하고 가수나 영화배우·TV 탤런트·운동선수 등과 같은 대중영웅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로 고전적 영웅은 그 수용군를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여기는데 기인한다고 했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그들의 필요에 따라 기호와 생리에 맞는 영웅을 만들어 내거나 선택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를 모으고 있는 『람보』의 「실베스터·스탤론」만 하더라도 77년 영화『로키』에 등장하기 전에는 주급 37달러를 받는 극장 수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자신이 시나리오를 쓰고 주역을 맡은 이 영화가 아카데미상을 받고 흥행에 성공함으로써 일약 신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하지만 그도 언제 팬들의 외면을 당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중영웅이라고 해서 모두 그 인기가 단명한 것은 아니다. 82년 아카데미상은 그걸 잘 증명해 주었다. 당시 76세의 「헨리·폰더」와 72세의 「캐더린·헵번」이 나란히 남녀 주연상을 받았다.
『주간중앙』에서 뽑은 「우리들의 스타상」시상식과 축하공연이 지난 1일 호암아트홀에서 있었다.
연출상의 배창호·최지민, 연기상의 이영하, 이보희, 변희봉, 김미숙 가수상의 전영록, 최신희 코미디언상의 임하룡, 배연정 그리고 각부문의 신인상을 받은 임성민·최명길·김범룡, 주현미, 조정현, 김보화 등 16명의 스타들이 무대에 나올 때마다 객석은 떠나갈 듯했다.
외국산 대중영웅들에게 심취한 오늘의 젊은 세대들에게 이들의 인기가 더욱 빛나고 오래 지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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