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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는 지금 속편 제작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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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계에도 속편 시대가 열릴까. 우리도 할리우드의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매트릭스'처럼 황금알을 낳는 시리즈 영화를 가질 수 있을까. 1990년대에 제작된 시리즈 한국 영화는 '투캅스''장군의 아들''여고괴담'정도였다.

최근 코미디 영화를 주축으로 충무로에 속편 제작 바람이 불고 있다. 2001년과 지난해에 걸쳐 흥행의 단맛을 봤던 '조폭 마누라''가문의 영광''달마야 놀자'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너도 나도 속편 기획에 들어갔다. 한국 영화의 달라진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달마야 놀자'속편을 준비하고 있는 씨네월드 정승혜 이사는 "2001년 시작된 한국 영화, 특히 코미디 붐을 계기로 이제는 한국 영화도 '그 다음 이야기'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의 열망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한국 영화 시장이 커지면서 1편을 능가하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추석 개봉을 목표로 '가문의 영광'2편을 기획 중인 태원 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는 "할리우드는 2편에서 더 많이 벌자는 생각으로 1편보다 제작비를 더 많이 들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의 영화전문지 할리우드 리포터는 이러한 한국의 속편 제작 붐을 보도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과거에도 '투캅스''장군의 아들'등 속편이 제작되긴 했으나 대체적으로 돈벌이가 될 것으로 여겨지지 않았다"며 "'조폭 마누라2-돌아온 전설'은 3천1백만달러(약 3백70억원)를 벌어들인 1편보다 훨씬 더 좋은 흥행 실적이 예상된다"고 했다.

신은경 주연의 액션 코미디 '조폭 마누라2-돌아온 전설'은 여성 조폭 보스인 은진(신은경)이 라이벌 조직과의 격전 끝에 기억상실증에 걸린 뒤 중국 식당의 배달원이 되는 내용이다.

1편은 2001년 전국 관객 5백30여만명을 동원했다. 지난해 '가문의 영광'을 연출한 정흥순 감독이 사령탑에 앉아 이달 초 촬영을 마쳤다. 추석 연휴가 낀 9월 초 개봉한다.

신은경 외에도 SBS 인기 드라마 '야인시대'의 '쌍칼' 박준규, '구마적' 이원종, '문영철' 장세진이 나란히 출연하고 '와호장룡'의 액션 여걸 장쯔이(章子怡)가 대미를 장식하는 등 화려한 조연진도 눈길을 모은다.

지난해 관객 5백만명 고지를 점령한 '가문의 영광'도 올 초 속편 준비에 들어갔다. 주연인 정준호.김정은은 물론 박근형.유동근.성지루.박상욱 등이 2편에 출연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서울대 출신 벤처사업가 대서(정준호)가 엘리트답게 3J 가문의 사업을 부흥시키자 삼형제가 바짝 긴장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달마야 놀자'의 속편은 하루아침에 조폭에게 점거당한 절을 사수하던 스님들이 도심으로 나가 또 다른 건달들을 만난다는 게 기둥 줄거리. 이들 앞에 놓인 화두는 '돈'이다.

도시에서는 스님들조차 돈 때문에 빚어지는 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세태를 보여줄 작정이다.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이며 감독으로는 지난해 '아이언 팜'으로 데뷔한 육상효씨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속편 바람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조폭 코미디의 재탕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태원 대표는 "1편의 뼈대가 그대로 가기 때문에 '후광 효과'를 볼 수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디어의 고갈이나 1편의 답습이라고 보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두고볼 일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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