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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출신 사진작가 “광화문광장서 희망을 찍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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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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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 생활을 하다 지난해부터 사진 작가로 활동 중인 이태환(왼쪽)씨와 김창훈씨. [사진 조한대 기자]

“사진이 중년에 접어든 제 인생에 희망을 줬어요.” 서울시청에서 21일 만난 사진작가 이태환(43)씨가 말했다.

두 달간 교육 받고 새로운 삶 도전
서울시청 로비서 25일까지 전시회

그는 검게 그을린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 옆엔 말총머리에 희끗한 턱수염을 기른 사진작가 김창훈(44)씨가 카메라를 든 채 서 있었다.

이들은 지금은 어엿한 사진작가지만 1년여 전까지 노숙인이었다. 이씨는 10여 년 전까지 3차원(3D)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을 했다. 농산물 도매업을 하던 아버지가 부도를 맞아 집안이 어려워졌다. 그는 ‘카드 돌려막기’를 하다 신용불량자가 됐다. 그때 가족과의 연락을 끊었다. 막노동을 하고 고기잡이 배를 타며 정처 없이 살다 4년 전 노숙인쉼터로 갔다. 김씨는 무역회사에 다녔다. 2005년 결혼하며 아일랜드로 어학연수를 갔다가 3개월만에 도박에 빠졌다. 재산을 모두 탕진했다. 이혼을 당했고 노숙인으로 전락했다. 귀국한 뒤 장애활동보조인, ‘빅이슈’ 판매원 등으로 일했지만 도박은 끊지 못했다.

이들은 현재 서울 광화문광장의 ‘희망사진관’ 부스에서 일하고 있다. 관광객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고 서울시·빅이슈에서 150만원가량의 월급을 받는다. 서울시가 지난해 1월에 마련한 사진 교육 초급 과정 ‘희망프레임’ 덕분이다. 연예인 사진 촬영으로 유명한 조세현 작가에게 두 달간 교육을 받았다.

조 작가는 “삶의 밑바닥까지 경험해서인지 이들은 삶에 대한 뛰어난 관찰력을 보였다”고 말했다. 서울는 21일 사진 교육 고급 과정인 ‘희망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노숙인 35명이 참여한다.

서울시청 1층에서는 20일부터 희망프레임 과정에 참여했던 노숙인 16명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글, 사진=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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