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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서핑·스노클링·카누잉…하와이·발리 안 부럽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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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삼척 장호항에서 투명카누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드론으로 촬영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옥빛 바다가 더욱 눈부시다. [사진 장문기]

우리 바다도 즐길 거리가 다양해졌다. 하와이나 발리 같은 데서 즐겼던 서핑도 가능하고, 동남아시아에서나 할 수 있었던 스노클링도 체험 가능하다. 강원도 양양과 삼척 바다에서 서핑과 스노클링을 체험하고 왔다. 바다만 경험한 것이 아니라 액션캠(Action Cam)과 드론(Drone)도 체험했다. week&은 지난 7∼8일 액션캠 3대와 촬영용 드론 2대를 챙겨 가서 생생하고 역동적인 해양 레포츠 장면을 담아왔다. 드론은 생초보 기자가 촬영하는 데 한계가 있어 전문가가 동행했다.

서핑 성지-양양 죽도해변

“7월 7일 즈음에 서핑을 하러 갈까 하는데요. 괜찮을까요?”

지난달 말 강원도 양양 죽도해수욕장의 서핑 숍에 전화를 걸었다. “파도 높이가 1m도 안될 것 같은데, 초보자니까 괜찮을 것 같네요.”

정확히 7년 만이다.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서 1시간 강습을 받고 간신히 5초 동안 파도를 탔던 감각은 말끔히 잊혀졌다. 대신 서핑 보드 위에서 나뒹굴었던 기억만은 또렷했다. 다시 걸음마부터 배워야 했다.

죽도해변은 다른 나라 해변 같았다. 서핑 수트를 빼입은 사람들이 옆구리에 보드를 끼고 해변을 활보했고, 해변에는 형형색색의 서핑 숍과 카페가 줄지어 있었다. 파타고니아·립컬 등 고가의 해외 서핑 의류 브랜드 매장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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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해수욕장은 하와이, 발리의 서핑 해변처럼 서핑숍이 줄지어 있다.

예약해둔 서핑 숍을 찾아갔다. 이론 교육부터 받았다. 팔을 휘젓는 패들(Paddle), 파도를 뚫고 깊은 바다로 나가는 라인업(Line up), 적당한 높이의 파도가 왔을 때 올라타는 테이크 오프(Take Off) 등 기본 개념을 익혔다. 서핑 숍 ‘배럴서프’의 이기훈(35) 강사는 “안전과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도의 흐름을 잘 보고 다른 서퍼의 움직임도 살펴야 해요. 욕심을 냈다가 사고가 날 수 있어요. 머리가 깨지고, 손가락이 골절되는 사고가 종종 일어나요.” 사고 얘기를 듣고 나니 굳이 7년 만에 서핑을 해야 하나 불안감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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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서 서핑 강습을 받는 사람들. 최근 국내에서도 서핑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모래사장에서 패들과 테이크 오프를 연습했다. 그리고 액션캠을 준비했다. 하나는 헤드 랜턴처럼 머리에 장착했고, 다른 하나는 강사의 보드 앞 부분에 부착했다. 파도를 헤치고 약 30m를 전진했다. 보드에 앉아 파도를 기다렸다. 얕은 파도 너덧 개를 보내고 나니 제법 큰 파도가 일어났다. 강사의 지시에 따라 보드 머리를 해변 쪽으로 돌리고 열심히 팔을 저었다.

“패들, 패들, 패들, 업!” 신호에 맞춰 일어났다. 그러나 1초를 못 버텼다. 계속 고꾸라지고 나자빠졌다. 그래도 도전 또 도전. 서핑을 하는 건지 잠수 연습을 하는 건지 헷갈렸다. 7번째 만에 중심을 잡는 데 성공했다. 약 10m를 전진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5초를 넘기진 못했다.

1시간 반 동안 바다와 사투를 벌인 뒤 모래사장으로 나왔다. 액션캠으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확인했다. 컴퓨터는 필요 없었다. 액션캠이 스마트폰 어플과 연동이 돼서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머리에 장착한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영상은 물속 장면이 대부분이었다. 뻔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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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죽도해수욕장에는 액션캠으로 서핑 장면을 촬영하는 이들이 많다.

반면 강사의 서핑 보드에 장착한 카메라는 제법 근사한 장면을 담아냈다. 부서지는 파도와 푸른 하늘, 서퍼의 육감적인 몸이 한 앵글에 어우러졌다. 액션캠은 각각의 레포츠에 어울리는 촬영 각도가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물론 모델도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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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해수욕장을 드론으로 촬영하는 모습.

이번에는 드론을 띄웠다. 취재에 동행한 드론 전문업체 ‘한빛드론’ 장문기(52) 이사가 챙겨온 드론은 DJI 팬텀3, 인스파이어 프로 두 모델이었다. 간단한 사용법을 배운 뒤 시험 운행을 해봤다. 전원을 켜고 조종기의 레버 두 개를 이리저리 만지며 드론을 약 20m 높이까지 띄워봤다. 조종기 조작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서퍼가 많은 바다 위로 드론을 보내는 건 조심스러워 장 이사에게 조종기를 넘겼다. 그리고 넋 놓고 조종기 화면을 구경했다. 해수면 5m 위에서 서퍼를 근접 촬영한 장면부터, 약 100m 상공에서 7번 국도와 죽도해변이 어우러진 장면까지 TV에서나 봤던 장면이 펼쳐졌다. 바다가 달리 보였고, 세상이 달라 보였다.

스노클링 명당-삼척 장호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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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항은 스노클링과 투명카누 체험으로 유명해진 어촌마을이다.

이튿날 죽도해수욕장에서 약 100㎞ 남쪽에 있는 삼척 장호항으로 이동했다. 도전 종목은 카누와 스노클링이다. 장호항은 2007년 해양수산부로부터 최우수 어촌체험마을로 선정된 뒤 관광객이 급증했다. 투명카누 체험, 스노클링 외에도 어선 체험, 후릿그물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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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바닷속이 훤히 비치는 투명카누는 커플, 가족 여행객에게 인기다.

특히 투명카누가 인기다. 처음에는 투명카누 5대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25대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주말과 피서철이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카누를 탈 수 있단다. 장호1리에서 투명카누가 성공을 거두자, 주변의 장호2리·갈남리·용화리에서도 투명카누를 들여놨다.

오전 9시. 너무 이른 시각은 아닐까 싶었는데 몇몇 커플과 가족이 바다에서 노를 젓고 있었다. 드론 촬영을 먼저 했다. 죽도해변에서도 그랬듯이 드론 촬영에 문제가 없는지 마을 측에 물어봤다. 이번에는 조금 불안한 답이 돌아왔다. “장난감 같은 걸 가져와서 띄우는 사람이 많긴 합니다. 그런데 멀리 띄우는 건 조심해야 할 겁니다. 비행 금지 구역이 있는 것 같거든요.”

국토교통부에서 만든 드론 정보 어플 ‘레디 투 플라이’에서 확인해보니, 경북 울진 원자력발전소가 가까웠다. 원자력발전소 반경 18㎞ 이내에서는 드론 비행이 금지돼 있다. 장호항에서 원자력발전소까지 직선 거리는 약 22㎞였다. 드론을 4㎞ 이상 날릴 일은 없으니 안심했다. 장문기 이사는 “최신 드론은 2㎞ 이상 날릴 수 있지만 절대 시야를 벗어난 곳으로 보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바닷빛은 유난히 푸르렀다. 드론의 눈으로 바라본 바다는 더욱 맑고 깨끗했다. 장호항 앞바다에 산호가 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바다는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였다. 깊이 2∼3m의 바닷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최근 장호항을 일컬어 ‘한국의 나폴리’라 하는데, 바다 색깔만큼은 나폴리에 뒤지지 않을 것 같았다. 바다와 항구 주변을 촬영한 뒤 ‘리턴 투 홈’ 버튼을 눌러 드론을 불러왔다.

투명카누를 직접 타봤다. 예상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바닥 아래로 물이 흐르는 느낌이 오묘했다. 방파제 안쪽에서만 카누를 타는 게 답답해 노를 힘차게 저어 안전선 바로 앞까지 갔다. 카누 바닥이 새까맸다. 방파제 안쪽과 달리 물살이 뒤엉켜 카누를 모는 게 쉽지 않았다. 겁이 났지만 방파제 안쪽보다 ‘바다의 맛’을 느끼기에는 좋았다.

스노클링을 즐기는 사람들. 장호항에는 노래미, 복어, 전갱이 등 물고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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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클링도 체험했다. 장비를 착용하고 액션캠 두 대를 챙겼다. 하나는 머리에 착용하고 다른 하나는 모노포드(셀카봉)에 장착했다. 바다에 뛰어들려고 하는데, 옆에 있던 할아버지가 말을 걸어왔다.

“저기, 저 바위에 붙어 있는 게 군소 같아. 좀 잡아다 줘봐. 허허.”
지난 8일 장호항 바닷물은 차가웠다. 발만 담갔는데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열심히 팔과 다리를 휘저으며 바닷속을 구경했다. 장호항의 속살은 그러나 태평양처럼 현란하지 않았다. 미역을 비롯한 해초만이 바위 틈에서 자라고 있었다. 그나마 알록달록한 불가사리가 눈에 띄었다.
 그래도 실망할 정도는 아니었다. 물고기만큼은 다채로웠다. 복어 · 전갱이 · 노래미 등이 보였고, 이름 모를 작은 물고기가 떼지어 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외모가 화려하진 않아도 친숙한 녀석들이었다. 1m가 넘는 모노포드로 물고기를 쫓아다니며 촬영하는 재미에 빠져 바닷물이 차갑다는 사실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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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강원도 양양 죽도해변은 서울시청에서 약 220㎞ 떨어져 있다. 자동차로 3시간 걸린다. 죽도해변에 서핑을 가르쳐주고, 장비를 빌려주는 서핑 숍이 줄지어 서 있다. 이번에는 배럴 서프스쿨(barrelsurfschool.com)에서 서핑을 배웠다. 입문자 강습 하루 8만원(서핑 보드·수트 대여 포함). 033-671-3176. 삼척 장호항은 서울시청에서 약 310㎞ 거리다. 자동차로 4시간 걸린다. 장호 1리 어촌체험마을에서 장비를 빌려준다. 스노클링 1만원(1시간), 투명카누 2인 2만원(30분). 070-4132-1601. 양양과 삼척을 함께 여행할 계획이면, 지난달 말 개장한 쏠비치 호텔&리조트 삼척(daemyungresort.com)에 묵으면 편하다. 1588-4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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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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