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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204점 미만 39명 불합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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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선시험-후지원의 현행 대입 제도 사상 처음으로 눈치·배짱 지원에 제동이 걸렸다.
서강대는 지난 18일 86학년도 입학 합격자 사정 과정에서 학력 고사 성적 2백4점 미만으로 미달 학과를 골라 지원한 39명의 수험생을 「수학 능력 부족자」 판정, 정원 미달에도 불구, 불합격시켰다.
대학이 모집 인원 미달학과 지원자를 수학 능력 부족자라는 이유로 입퇴학에 관한 총학장의 고유 권한을 행사, 불합격 처분한 것은 현행 대입 제도가 시행된 81학년도 이후 6년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미달 학과에 지원해 모집 인원 범위 내에 들고도 불합격된 수험생들이 입시 요강에 명시된 규정이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학교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일 가능성도 없지 않아 주목된다.
이와 함께 11개학과가 미달된 서울대도 1백90점의 수험생이 가정관리과에 지원, 모집 인원 범위 내에 들자 2백4점 미만은 수학 능력 부족자로 불합격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가 20일 이를 수정, 논술 고사 점수(20점 만점)까지 합쳐 2백16점 미만은 불합격시킨다는 사정 방침을 정해 이번 입시에 처음 적용키로 했다.
서울대는 또 당초 방침을 바꾸어 1지망자가 모집 인원의 80%에도 못 미친 가정 관리학과는 2, 3지망자가 있으면 이를 모두 채우기로 했다.
한편 고대는 20일 합격자를 발표하면서 5개학과에 미달이 있었으나 이 같은 「수학 능력 부족」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고, 연대는 이에 해당하는 지원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합격 처리=서강대는 지난 9일 원서 접수 결과 국어국문학과 등 6개학과 지원자가 모두 24명 미달이었으나 전체적으로는 1천5백64명 모집에 1천7백45명이 지원해 1.12대의 경쟁률을 나타냈고, 2, 3지망자로 채울 경우 국어국문학과와 사회학과에 각 1명씩 모두 2명 미달에 그치게 됐으나 학력고사 2백4점 미만자를 탈락시켜 국문 17, 영문 9, 독문 2, 사회 5, 경제 3, 경영 5명 등 모두 41명이 미달되는 1천5백23명만을 합격시켰다.
41명중 수학 능력 부족 39명에는 2명이 2백3점이었고, 37명이 1백점대로 눈치작전을 벌여 배짱 지원한 수험생이었다. 이들의 1지망학과는 국문 12, 영문 5, 사학 1, 사화 2, 경제 6, 경영 13명 등이었고 예상 합격 선이 2백50점대인 비인기 학과를 1지망으로 선택해 떨어지고 그보다 예상 합격 선이 20점 이상 높은 최고 인기 학과인 경영학과를 2지망으로 역지원해 합격하기도 했다.
현행 대입 제도 시행 이후 서강대 지원자는 해마다 줄어 첫해인 81학년도의 5천2백명에서 82년 4천5백명, 83년 3천1백명이 지난해 2천4백명으로, 그리고 올해는 1천7백45명으로 줄었다.
서강대는 그러나 합격선 부근에서 지원 미달 현상을 이용한 눈치·배짱 지원이 많았지만 전체 합격자의 학력고사 평균 성적은 자연계가 지난해보다 5∼10점 높아졌고, 인문계는 5점쯤 낮아지는 등 올해 전체 수험생의 학력고사 득점 수준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문제점=수학 능력 부족을 이유로 모집 인원 범위 내의 지원자를 총·학장 재량에 따라 불합격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은 80년의 7·30 교육 개혁 이후 대입 제도가 선 시험 후 지원으로 바뀐 뒤다. 81학년도 서울대 법대에 학력고사 1백84점의 수험생이 지원, 모집 인원 범위 내에 들었으나 3백점 선인 합격자 평균 성적과 현저히 차이가 나 합격 여부를 놓고 근거 규정이 없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문제가 제도의 허점으로 생겼고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82학년도부터 문교부가 모집 요강에 이를 명시토록 했었다.
그로나 모든 대학이 수학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자는 불합격 처분할 수 있다는 막연한 규정만을 두고 기준 점수를 명시하지 않은 채 이 규정은 사문화 돼 와 서강대의 이번 조치는 사전에 구체적인 점수 명시가 없어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수험생들과 학교간에 분쟁의 소지도 없지 않을 것 같다. <민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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