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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자동차는 쾌청… 조선·건설은 암운|업종별로 본 올해 경기 기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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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경기 전망은 업종별로 명암이 엇갈린다. 내수·수출로 나누어 볼 때 양쪽 다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도 있고 어느 한쪽이 어두운 업종도 있다. 자동차·전자·석유화학·기계 등은 경기가 좋을 것으로 기대되는 반면 조선·시멘트·건설은 전망이 좋지 않다.
섬유 부문에서는 더몬드 법안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쿼터 품목 확대 등 보호무역주의의 강화가 예상되어 수출에 암운이 되고 있다.
어느 업종이나 수출의 경우는 달러화 약세, 엔화 및 유럽 통화 강세 현상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와 단체 등을 중심으로 올해 업종별 경기 전망을 본사 조사로 알아보았다.

<자동차>
신차종의 개발과 올 1·4분기에는 미국에 수출이 본격화(현대자동차) 돼 지난해에 이어 계속 호황을 누릴 것 같다. 작년 11월말까지만 12만여대의 승용차를 수출했는데 올해는 미주 지역에 10만대를 포함, 모두 20만대 이상을 수출하게 되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올해 매출 목표를 작년보다 50% 정도 늘려 잡고 있다.
내수 경기도 대체 수요 및 신수요가 활발할 것으로 보여 지난해의 24만대 선에서 올해는 27만대 선까지 보고 있다.

<전자>
작년 3월부터 수출이 시작된 VTR에 대한 미국 시장에서의 이미지 정착과 64KD램 등 반도체 부문의 가격 상승으로 수출은 전반적으로 작년(43억2천만 달러)보다 2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업체는 전망하고 있다. 특히 VTR와 반도체는 국내 메이커들이 작년 어려운 가운데도 시설 투자를 계속해 온 데다 엔고 현상으로 일본 제품에 대한 가격 경쟁력이 크게 강화돼 해외 시장에서의 전망이 매우 밝다. 컴퓨터도 OEM방식의 유럽 수출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내수 면에서는 VTR의 수요가 계속 느는 데다 86아시안게임 특수 및 생산·사무 자동화 추세에 따라 작년보다 11% 증가한 2조7천5백억원 규모로 내다보고 있다.

<기계>
경기 회복 및 수출 호조에 따라 제조 업체의 설비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여 전망이 밝은 편. 공작 기계쪽은 자동차쪽의 호조에 힘입어 괜찮을 것 같고 그 동안 품질 향상이 이뤄져 최근 미국·유럽·동남아로부터 주문이 느는 데다 엔고 현상으로 일본 제품에 비해 가격이 15% 정도 싸 유리하다. 내수는 정부가 해마다 국산 기계류 구입 자금 지원을 늘려 국산 기계 사용을 적극 권하고 있어 이에 따른 기계류의 수요가 크게 늘 전망이다.

<철강>
관련 산업인 자동차·건설·전자 등의 내수 호조로 내수쪽은 작년보다 7∼9%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계적인 철강 수요 감소 추세에다 특히 미국의 수요가 5∼6% 줄어들 어두운 전망이다. 따라서 유럽·아프리카·동남아쪽이 작년보다 3∼5% 늘어난다 해도 전체적으로는 물량에서 1∼2% 감소가 예상된다. 다만 엔화 강세와 미국내 재고 소진에 따른 10% 정도의 가격 상승으로 수출액은 27억 달러로 1억 달러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
세계적으로 계속되는 불황 때문에 수출선의 경우 수주가 없어 고전이 장기화될 전망. 다만 엔고 현상으로 일본에 발주할 것이 우리쪽으로 올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다. 내수쪽은 정부가 작년에 10차 계획 조선 물량을 늘렸기 때문에 작년 수준을 약간 넘어설 듯하다.

<섬유>
면방은 유럽 및 동남아쪽의 수출이 살아나고 있고 특히 엔화 강세에 힘입어 그 동안 문제됐던 출혈 수출에서 채산성이 회복될 전망. 그러나 화섬은 제3국의 특수가 끊긴 데다 최대 시장인 미국의 수입 규제가 강화돼 전망이 밝지 않다. 내수 면에서는 일부 중·고교의 교복 부활 움직임을 감안하면 작년보다 7∼8% 정도 성장이 예상된다.

<석유화학>
작년에 84년 대비 12%성장했던 것에 비하면 올해는 8∼9%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겠지만 원유가 하락에 따라 합성수지의 원료인 에틸렌 가격의 하락으로 수익성이 좋아질 전망.
올 하반기에 11개 품목의 수입 자유화로 내수 시장의 잠식이 염려되지만 국내 메이커들의 국산 대체를 의한 생산 설비 증설이 꾸준히 추진되고 부가가치 제품 개발로 극복이 기대된다고 한다.

<시멘트>
작년에 3백만t의 수출 실적을 보였으나 동남아·미·일 등의 교역량 감소 추세와 특히 중동 경기의 퇴조로 어려운 한해가 될 듯. 또 1·4분기는 계절적으로 비수기여서 더욱 힘이 들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내수는 국내 건설이 좋아질 것으로 보이고 고속도로 시멘트 포장·올림픽 수요 등으로 3% 정도 늘 전망.

<식품·음료>
아시안게임에 따른 신상품의 등장과 식생활 패턴의 변화로 육가공 및 유가공 업체의 신장이 두드러질 전망. 제과업의 경우 외국 유명사와의 기술 제휴를 통한 고급화로 활기를 띨 듯하다.

<건설>
해외부문은 지난해 수주액(47억 달러)에도 못 미치는 40억∼45억 달러 선에서 머물 것으로 보여 어둡다. 이는 해외 건설의 80%를 차지하는 중동의 신규 물량이 유가 하락으로 줄고 있기 때문. 게다가 엔화 강세로 기자재 구입비까지 올라 채산성 마저 악화돼 이중고가 예상된다.
내수쪽은 경기를 부추기고 고용 문제를 덜기 위한 공공 건설이 호조를 띨 것이나 민간 부문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

<신발·타이어>
신발은 그 동안 품종 다양화를 추진해 왔고 재고가 바닥난 대 미국 수출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시장은 포화 상태여서 작년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타이어는 자동차쪽의 전망이 밝아 더불어 수요 물량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된다. 수출은 큰 시장의 하나였던 이란이 전쟁으로 외환이 고갈되는 바람에 수입을 하지 않아 어려움이 예상되나 미국·유럽·사우디아라비아쪽에서 일본 제품과의 가격경쟁에서 유리한 면이 있어 전체 수출 목표는 작년의 4억3천만 달러보다 약간 늘어난 4억6천만 달러로 잡고 있다.

<제약>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 같다. 수입 자유화 폭의 확대, 물질 특허 도입 논란 등으로 제약 업계는 우울하다. 작년 수준을 유지하기에도 급급하리라는 판단이다.

<완구>
수출 8, 내수 2비율인데 동물 인형 등 봉제완구 외에는 국제 경쟁력이 거의 없는 편. 미·일·호주·유럽에 작년에는 4억8천만 달러 어치를 수출했는데 품질 고급화로 올해는 17% 정도 수출량이 늘 것으로 기대. 내수쪽은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관심이 늘어 올해 1천억원 이상 팔릴 것으로 보고 있다.

<문구>
작년 미국의 한국산 앨범에 대한 덤핑 판정으로 수출 길이 막혀 올해에도 고전을 하리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다만 앨범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는 엔고로 경쟁력이 있고 유럽화의 강세에 힘입어 유럽쪽의 수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내수는 늘 수요층이 학생이어서 전년 수준 유지는 무난하리라는 전망이다.

<가구·피아노>
주택건설 경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가구 부문은 아시안게임·올림픽 등에 대비해 내수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내수와 수출에 반반의 비중을 두고 있는 피아노 업계는 올해에도 내수쪽은 호재가 없어 수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비료·농약>
작년 필리핀에 18만t을 비롯, 태국·이란·아프리카에 1백27만t을 수출했으나 올해는 산유국·동구의 덤핑에 눌러 고전이 예상된다.
농약은 수출은 거의 없는 실정인데 내수쪽도 경지 축소·농약 기피·내병성 품종 개발로 80년 이후 답보 상태.

<제지>
원료를 수입 해다 쓰는 처지여서 수출은 거의 없고 1조4천억원의 내수 시장은 전반적인 경제 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로 6% 정도 늘 전망.

<유통업>
한정된 내수 시장에 신규 참여가 계속 늘어 1천6백억원씩 매출을 작년에 올렸던 신세계·롯데쇼핑 등은 올해는 1천9백억원의 목표를 각각 세우고 있지만 매우 힘든 해가 될 전망이다. <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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