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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103만 명이 패스 끊어…순천, 꼭 가봐야 할 ‘내일로 성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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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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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로’를 타고 순천역에 내린 이들이 할인 쿠폰을 받으려 줄 서 있다.

27만3000여 명. 지난해 국내 철도여행 패스 ‘내일로’를 이용해 여행을 떠난 청춘들의 숫자다. 여름과 겨울 3개월씩만 운행하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평균 1516명의 청춘이 기차에 몸을 싣고 전국으로 떠난 셈이다. 2007년 도입 후 10년간 누적 이용객 수는 103만2000여 명에 이른다. 내일로를 타고 장거리 기차여행을 떠나는 청춘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기찻길로 연결되는 각 지역의 풍경도 크게 바뀌고 있다. 특색 없던 여행지가 청춘이라면 꼭 한번 가봐야 하는 지역으로 새롭게 탈바꿈하기도 한다.

전남 순천이 대표적이다. 한 해 12만 명의 청춘 여행객들이 모이는 이곳은 이른바 ‘내일로 성지’로 불린다. 국토 끝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이 청춘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다 갈대숲과 어우러진 순천만의 석양이 아름답다는 입소문이 나서다. 지난 14일 순천역으로 향하는 무궁화호 열차에서 만난 김용철(19)씨는 “풍경도 예쁘지만 내일로를 이용하는 또래 여행객이 많아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고 말했다.

수년 전만 해도 활기가 없고 음습했던 순천역 인근 거리의 분위기는 청춘 여행객들 덕분에 크게 달라졌다. 지저분한 간판의 모텔과 여관을 깔끔한 게스트하우스들이 대체하고 있다. 현란한 네온사인의 룸살롱이 있던 곳에는 특색 있는 카페들이 자리를 잡았다. 김병기 순천역장은 “불과 몇 년 만에 낡은 구도심에서 젊고 활기찬 여행자들의 천국으로 환골탈태했다”고 말했다.

동대구역도 청춘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내일로 여행자들이 점점 늘던 2010년 9월 대구 동구청은 인근에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을 조성했다. 비어 있던 옹벽에 가수 김광석의 노랫말이 담긴 벽화 47점을 그려넣었고, 골목에는 노래를 틀 수 있는 방송 스튜디오를 설치했다.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은 내일로 여행자 이규리(20·여)씨는 “오디션 프로에서 ‘서른 즈음에’를 듣고 김광석씨 노래에 푹 빠졌다. 꼭 와보고 싶었는데 기차여행을 떠난 김에 들렀다”고 말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우범지역이었지만, 청춘 여행객들의 잦은 방문으로 60여 개의 공방·카페·전시실이 들어선 예술거리로 탈바꿈했다. 

서준석 기자 seo.jun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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