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주의 청년 문화·예술인, 협동조합으로 다 모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협동조합은 예술인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지역사회와 재능을 공유하는 ‘최소한의 울타리’가 될 겁니다.”

기사 이미지

전북 전주에서 출범하는 ‘청년 문화·예술 협동조합’에 발기인으로 참여한 탁영환(47·사진) 작가의 말이다. 탁씨 외에도 최만식(미술)·정상현(음악)·양경란(공예)·임수정(공예)·이준희(문화기획)·서성철(공예)·강선구(문화기획)씨 등이 발기인으로 힘을 모았다. 협동조합은 26일 창립총회를 열고 이사장 등 임원 선출과 정관 작성 등 법적 설립 절차를 마무리한다.

탁영환 작가 등 발기인 참여
26일 창립총회 열고 공동사업

전주에 주소를 두고 있거나 이곳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이면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출자금은 1인당 10만원 이상이다.

협동조합은 ‘척박한 예술 환경을 뭉쳐서 돌파하자’는 취지로 미술·공연·영상·문화기획 등 예술 전 분야를 아우를 예정이다. 탁씨는 “창립 때까지 50여 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공론화는 지난 3월부터 본격화했다. 탁씨는 “해마다 대학을 졸업하거나 전업 작가로 나서는 후배·제자가 많지만 대부분 개인적인 전시나 퍼포먼스에 그쳐 아쉬웠다”며 협동조합 출범 동기를 설명했다. 실제로 예술인들이 비정기적인 일을 하다 보니 수입이 들쑥날쑥한 데다 응당한 대가를 못 받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탁씨는 “지역 예술인들의 자립을 위해 다양한 공동 사업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공모·지원 사업에 참여하거나 문화·예술 정책을 제안하는 식이다. 예술인들의 창작 여건 개선과 기반 조성도 조합의 설립 이유다. 탁씨는 “예술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수익 사업을 발굴해 창작 기금도 만들 것”이라며 “조합원이 아닌 사람에게도 기금을 지원해 이들이 조합원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돕겠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인들이 개인적 작업을 하면서도 협동조합을 기반으로 서로 교류하며 문화·예술 사업에 참여해 이익을 얻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미디어 아티스트인 탁씨는 전주에서 나고 자랐다. 지난 2012년 ‘워킹사이클 스튜디오(Walking Cycle Studio)’를 설립해 전통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다큐멘터리·영화·드라마 등과 콜라보레이션(협업)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협동조합에 붙은 ‘청년’은 물리적 나이와 상관없다”고 말했다. “‘오브(of) 청년’이 아닌 ‘포(for) 청년’으로 청년 세대를 위한 기반을 닦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