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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쇄신 위한 「보각」성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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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통령 임기 만료 2년여를 앞두고 7일 단행된 이번 개각은 노신영 국무총리의 유임과 부총리를 비롯한 일부 경제각료의 경질이 그 특징이다.
정계 일각에선 대통령의 잔여 임기와 관련, 이번 개각이 88년 문제에 대처하는 「정치적 포석」이 되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없지 않았으나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무·법무·문교·문공 등 이른바 「정치 각료」들이 전원 유임돼 정치적 의미가 두드러지지는 않는 것 같다.
특히 이번 개각이 양적으로는 10개 부처 장관이 경질됐다는 점에서 「대폭」의 감도 없지 않으나, 내용적으로는 정치적인 핵심 포스트에 아무런 변화가 없고 각내 이동이 2명이나 된다는 점에서 「보각」의 성격이 보다 강하다고 보겠다.
따라서 1·7 개각은 집권 후반기를 겨냥한 정치적 의미보다는 새해를 맞아 내각, 특히 경제 팀의 팀웍 조정과 그 동안 나타난 일부 개편 요인을 반영한 행정적 의미가 큰 것 같다. 이번 경질의 대상도 신병현 부총리를 비롯해 대부분 모두 83년 10월 이전에 임명된 고참 각료라는 점에서 분위기 쇄신에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지난 2·18 개각 때 입각한 민정당 출신 장관들이 이번 개각에서 전원 유임됨으로써 의원겸직 장관의 수가 늘지도 줄지도 않은 것은 이번 개각의 행정적 성격을 보다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번 개각에서 재야 인사나 학계 등 이른바 「새 인물」의 등장이 거의 없었다는 점과 민정당과 내각의 교류 내지는 보강이 없었다는 점에서 대폭적인 쇄신을 희망했던 야권 등 일각에서는 기대에 미흡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임기 7년을 결산하고 88년 평화적 정권교체를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집권 종반 체제 구축을 위한 개편 이전 대통령의 임기 중 다시 한번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가능하다.
노신영 총리·장세동 안기부장과 노태우 민정당 대표위원으로 짜여진 현 여권의 기본 골격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국정의 기본방향 및 정국운영의 방향도 앞으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김만제 부총리를 팀장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 팀의 등장은 수출부진·저 성장·실업문제 등으로 고전을 치르고 있는 경제 난제들을 푸는데 새로운 스타일과 접근방법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정책에 있어서도 김 부총리 자신이 지금까지 경제정책의 주역이었는데다 전두환 대통령의 안정 기조정책에 조금도 변화의 조짐이 없다는 점에서 경제정책의 기본방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
다만 금리·환율·통화관리 등 경제정책 수단의 활용에 있어서는 탄력성 있는 접근이 예상된다.
경제 팀을 제외하고 이번 개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이기백 국방과 박세직 체육부 장관의 기용.
이 국방장관은 제5공화국 출범의 창업 공신이며 대통령과 육사 동기라는 특수한 인간관계도 있지만 아웅산의 비극을 강인한 의지로 극복한 뛰어난 정신력과 온유한 인품이 이번 발탁의 배경으로 추측된다.
박 체육부 장관은 그가 육사 12기로 제5공화국 출범 당시 군의 요직에 있었던 핵심 인물의 한 사람이었고 체육 분야에 관심이 많을 뿐 아니라 영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하여 당면한 최대 과업의 하나인 아시안 게임의 성공적 완수를 위한 인사로 보인다.
총무처 주사로 출발하여 25년간을 총무처에서 재직한 정관용 사정 수석 비서관이 총무처 장관으로 발탁된 것은 그의 전문분야를 살린다는 배려와 함께 지난 2·18 개각 때 손제석 문교장관이 교육 문화 수석 비서관에서 장관으로 발탁된 것과 함께 앞으로 청와대 수석 비서관들의 일선 행정부 진출에 하나의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관심 있는 인사로 평가되고 있다.
이양우 법제처장은 그가 11대 국회 때 법사위 간사로 제5공화국 출범을 법적·제도적으로 다지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과 재야 법조인으로 대 중공 어선 배상교섭에서 능력을 발휘한 점이 감안된 것 같다.
새 내각의 출신지역은 ▲경북 7, ▲서울 3, ▲충북·충남·전북·경기·경남·이북 각 2, ▲전남·강원 각 1명으로 현재의 내각 분포 ▲경북 8, ▲충남·전남·전북·강원·경기·경남·이북 각 2, ▲서울·충북 각 1명에 비해서는 보다 균형화 된 셈이다.
특히 2·18 개각 때 2명(이세기·최동규 장관)이었던 40대 장관이 이번에는 한 명도 없이 모두 50대 이상이어서 앞으로의 인사에 있어 어떤 원칙을 제시한 것이 아닌가하여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고흥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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