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한국 드라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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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호 31면

‘태양의 후예’와 ‘응답하라 1988’ 등 한국 드라마 덕분에 올해 여름 휴가철에 한국을 관광하는 중국 유커(游客)들이 평소보다 배 이상 늘 전망이라고 한다. 중국에서의 한국 드라마 인기는 매우 높다. 한국 웹툰과 웹소설 등 디지털 콘텐트도 중국 기업에 고가로 팔린다.


“중국 시청자들이 왜 한국 드라마에 이렇게 열광할까?” 주변 친구들이 끊임없이 물어본다. 우선 기본적으로 중국 국내 드라마만으로 중국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에서는 드라마를 제작할 때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廣電總局)의 심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촬영허가를 받아 제작한 다음에 방송허가도 받도록 돼있다.또한 중국에는 드라마 등급제도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갈수록 광전총국의 심의 강도가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제작사들은 비교적 쉽게 심의를 통과할 수 있는 궁궐 권력투쟁이나 항일전쟁을 다루는 드라마를 많이 선택한다. 젊은 시청자들이 점점 천편일률적인 드라마를 포기하고 웹을 통해서 한국 드라마를 비롯한 외국 콘텐트를 저절로 찾게 된다.


지난해 광전총국은 ‘일극양성(一劇兩星)’이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황금시간대 (오후 7~10시)에 1편의 드라마를 2개의 위성채널에서만 방영 가능하도록 하는 규제다. 전에는 한 드라마를 4개의 위성채널에서 동시에 방영할 수 있었다. 우수한 드라마를 최대한 많이 방영할 수 있도록 격려한 취지였으나 오히려 중국 드라마 업계에 더 부담을 가져다준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맥락에선 우수한 한국 드라마가 중국 시청자들에겐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가 아닐 수 없다.


한국 드라마는 문화적으로는 미국 드라마보다 거부감이 덜하고, 정서상으로는 난잡한 일본 드라마보다도 더 접근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중국 시청자들은 한국 드라마의 스토리를 얘기할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한국 배우들의 생동감 있는 연기력도 중국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풀하우스’에서 송혜교의 역할을 중국 여배우가 한다면 아무도 못할 것이다”, 한 중국 프로듀서가 한국 배우들의 연기력을 높이 평가하며 한 말이다. 중국 정치인도 공식적으로 한국 드라마를 극찬한 적이 있다.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가 한창일 때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인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위 서기는 “한국 드라마가 중국보다 앞서 있다”고 인정했고 “한국 드라마의 핵심과 영혼은 바로 전통문화의 승화”라고 성공 비결을 평가하기도 했다.


왕웨이김종학프로덕션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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