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문명의 위기 상징하는 니스 트럭 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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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또 테러다. 이번엔 프랑스 남부의 니스다. 한국 시간으로 어제 새벽 니스 해변을 덮친 신종 테러로 80여 명이 목숨을 잃고, 100여 명이 부상했다. 테러범은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 축제를 즐기러 온 수많은 군중을 향해 대형트럭을 전속력으로 몰며 광란의 ‘차량 돌진 테러’를 벌였다. 지난해 11월 파리를 피로 물들인 이슬람국가(IS) 테러로 130명이 목숨을 잃은 지 8개월 만이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인류가 테러 공포로 신음하고 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주도한 ‘테러와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테러는 오히려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 세계로 범위가 확대되고, 빈도도 더욱 잦아지고 있다. 올 들어서만도 터키 앙카라와 이스탄불, 벨기에 브뤼셀, 미국 올랜도, 방글라데시 다카, 이라크 바그다드 등에서 테러가 발생해 수백 명이 숨졌다. 안전지대가 없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달 말 해제 예정이던 국가 비상 사태를 3개월 연장한다고 밝혔다. 출입국 통제와 검문검색, 테러 용의자에 대한 감시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다른 나라들도 유사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미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무슬림에 대한 입국 제한을 이미 공약으로 내걸었다. 자국민의 안전을 내세워 각국이 외부에 벽을 쌓는 고립주의를 강화할 경우 이동과 교역의 자유 위에 구축된 21세기 문명은 퇴보가 불가피하다. 고립주의가 국가·인종·종교 간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명의 이기를 흉기로 악용한 니스 테러는 문명적 위기의 상징이다.

국제공조를 통한 범세계적 차원의 테러 대책이 시급히 요청된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유럽연합(EU)이 손을 잡고 테러 종식에 나서야 한다. IS 테러를 해결하려면 그 근원인 시리아 내전부터 끝내야 한다. 중동 각국도 종파적 이해를 떠나 테러 근절에 협력해야 한다. 남중국해 문제, 우크라이나 사태, 브렉시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논란은 인류 문명을 위협하고 있는 테러 공포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