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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소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강성산의 방소로 본 최근의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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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최철주특파원】북한과 소련과의 관계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지난 24일 북한정무원 총리 강성산이 급히 소련을 방문한 것은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7억달러의 차관과 원자력발전 건설에 따른 기술협력을 제공받기 위한 것이라고 한 북한경제전문가가 밝혔다.
이중에서도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26일 조인된 소련·북한간의 경제협정및 과학기술협정에 의거, 소련이 북한에 대해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지원키로 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한반도 안의 핵제거등 비핵원칙을 선전해왔다.
따라서 이번 발표는 북한이 핵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방향전환을 모색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같은 움직임은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마저 있다.
현재 북한에는 연구용 원자로1기가 가동중이며 자체 설계한 대형원자로 1기가 건설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핵발전소에 쓰이는 것은 우라늄 235로 순도가 2∼4%이다. 그러나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해서는 순도가 1백%에 가까와야 한다.
원자력발전의 경우에는 서서히 분열하면서 에너지를 내고 원자폭탄의 경우에는 일시에 많은 에너지를 발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발전소에 쓰이는 연료인 우라늄으로는 원자폭탄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을 하고 남은 우라늄 찌꺼기를 재처리하게 되면 순도가 높은 플루토늄을 만들 수가 있다. 즉 원자력발전과 핵폭탄 제조 사이에는 핵연료 재처리기술이라는 한 단계의 기술장벽이 있다.
이 핵연료 재처리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기술을 요하는 것으로 일본의 경우도 겨우 6∼7년 전에야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이번에 소련의 기술지원에 따라 원자력발전소 1개를 건설한다는 사실은 재처리과정이라는 한 단계의 넘어야할 기술적 과제가 있기는 하나 원자폭탄제조에 한걸읍 다가선 것으로 볼수 있다.
한편 일본정부의 외교소식통들은 북한이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소련에 7억달러의 현금차관제공을 요청했으나 이에 대한 교섭이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아 이번에 강성산이 직접 모스크바를 방문한것 같다고 분석했다.
「사또」(좌등승사) 조선문제연구소장은『25일 타스통신의 보도대로 북한이 소련의 전아시아 안보회의 개최구상을 전면지지 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분명 경제지원을 받기위한 외교적 결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소련이 오래전부터 제안해왔던「아시아 집단안보」구상이 소련주도의 대미외교라는 이유로 계속 동의하지 않았으며「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서기장은 강성산이 지난 3월「체르넨코」전서기장의 장례식에 참석했을때 그의 조문조차 거절할 정도로 불쾌감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북한은「아시아 집단안보」구상을 지지하라는 소련의 압력에 굴복하는 대신 차관제공예 대한어느정도의 보장과 원자력관계기술협력을 제공받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한 외교소식통은 강성산이 이번에 소련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1월 동경의 일소외상회담을 통해 소련으로 하여금 북한의 입장을 설명하고 일본이 대북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소련의 대일 접근정책에 보조를 맞추어 일본경제계에 접근, 외자도입을 적극 서두르고 있으며 지난 9월 일본의 재계인사로는 처음으로「가와가쓰」(천승부) 남해전철 회장을 평양으로 초청한데 이어 11월에는「소에지마」(부도지대) 동아시아무역연구회이사장을, 또 내년 1월에는「오까자끼」(강기가평태)전일공 상담역의 북한방문을 요청하는등 일본재계 중진들의 협력을 모색하는 중대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김일성이 23년만에 소련을 방문한 이래 북한·소련관계가 강화돼 왔으며 금년3월「고르바초프」체제가 들어선 이후 교류가 빈번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카피차」소련외무차관이 15일간 평양을 방문, 미그23기제공등 군사협력관계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이어 12월에는 북한 무력부장 오진우가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금년 들어서는 특히 양측의 공군비행단 친선방문, 소련함대의 북한방문등 군사교류가 잇따랐다.
이러한 소련의 군사지원 대가로 북한은 나진항 등의 소련한대기항허용, 소련전투폭격기의 북한횡단허용, 북한 안에서의 미사일발사실험 등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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