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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 식품에 미치는 영향 극히 미미…상향 직진 성질, 참외밭 영향 없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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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북 성주군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뒤 ‘사드 참외’ ‘전자레인지 참외’란 말이 등장했다. 이 지역 특산물인 참외의 생장이 사드 레이더에서 나온 강한 전자파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추측을 근거로 한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4일 사설에서 “성주군의 상품은 중국 시장에서 환영받아선 안 된다. 중국 관련 부처가 성주군에 대해 교류 중단 등 제재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참외’ 괴담, 과학자들 시각
“일상 전자파도 유해성 근거 없어”

그렇다면 전자파가 참외 등 농식품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전문가들은 전자파와 농식품 간 영향을 검증한 과학적 연구 결과가 없다고 일축했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사드에서 방출되는 전자파와 식품 안전성을 평가한 연구 결과는 없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이어 “전자파가 식품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 이보다 훨씬 강력한 방사선이나 X선 등이 식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 역시 “전자파가 농작물 생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동식물 유전자 조작을 통해 품종 개량에 쓰이는 방사선 등과 비교하면 전자파가 농식물 생육에 미치는 영향력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란 뜻이다.

사드 레이더 전자파가 5도 각도로 하늘을 향해 발사되기 때문에 참외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설명도 있다. 김남 충북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전파는 직진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참외밭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레이더는 직진성이 강한 X밴드(8~12㎓) 주파수를 활용한다.

전자파 유해성에 대한 연구는 휴대전화가 대중에 보급되기 시작한 1990년대 무렵 시작됐다. 그마저도 인체 유해성에 연구 초점을 맞춰 진행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96년 ‘전자기파 프로젝트’를 가동해 유해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WHO는 “일상생활에서 접촉하는 전자파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까지 발견된 게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독자적인 유해성 검사를 제안했다. 하상도 교수는 “레이더 설치에 맞춰 전자파 유해성 검사를 진행하면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고 괴담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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