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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홍콩특파원|중공식 기자회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1일 신화사 홍콩분사에서 진행된 희붕비 중공국무위원경 홍콩·마카오판공실주임의 내외신 기자회견은 홍콩에서는 드문 중공 거물 정치인의 회견이라는데서 기자들의 많은 호기심을 갖게 했다.
희붕비의 위치가 중공 국무원 직제중 10명밖에 없는 국무위원 (총리및 부총리 제외)인데다 회견장소가 중공대사관격인 신화사 홍콩분사 본부라는 점에서 80여 내외신기자들에게는 엄격한 보안검사가 실시됐다.
30분간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희주임은 중공표준말인 보통화를, 통역은 홍콩지방어인 광동어만을 사용했을뿐 영어는 한마디도 사용되지 않았다.
내외신 기자회견에는「영어통역」을 관례로 알았던 외국특파원들이 곤혹감을 느끼는 모습이 역력했다.
보통화나 광동어를 모르는 외국기자들은 이날 귀머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기자회견이 끝난뒤 일부 외국 특파원들은 이들 중국인들의 중화사상, 혹은『홍콩문제는 중공 내정문제』로 보는 그들의 관법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하고『국제 관례를 모르는 탓』이라는 불평도 나왔다.·
또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서의 질문은 일체 허락되지 않았다.
질문을 희망하는 기자들은 이틀 전에 질문 희망 내용을 서면으로 적어 신화사에 제출했으며, 신화사측은 26개 언론기관들이 제출한 이 질문을 유형별로 다섯가지로 정리, 희붕비에게 전달했다.
회견은 사회자가 질문 요지를 읽은후 희붕비는 미리 준비된 답변서를 낭독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질문내용은 홍콩의 기본법, 정치체제개혁, 자치권문제, 전반적인 형세 평가, 언론출판자유 등으로 중요한 문제는 거의 포함됐으나 현장 질문이 없는 탓인지 어딘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사회자가「회견종료」를 선언하고 기자들과의 기법촬영을 위해 희주임 일행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 질문공세를 펴는 모습이 본특파원의 눈에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비쳤다.
희붕비는 이 회견에서 97년 이후도『홍콩의 언론자유는 보장된다.』고 밝혔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공의 언론자유에 대한 관념을 보여준 회견이었다는데서 기자의 호기심이 충족된 셈이다.
비록 2명으로 제한되기는 했지만 질문 안하는 조건으로 회견참석이 허용된 한국기자들이 중공시도자의 얘기를 직접들을 수 있었던 것도 앞으로 중공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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