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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식품사「독극물협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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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돈을 내지 않으면 제품에 독약을 넣겠다』는 협박편지를 식품회사에 보내 업계와 모든 국민을 공포와 분노의 소용돌이 속에 몰아 넣었던 독극물 협박사건.
지난해 12월23일부터 AB·C·D등 4개 식품업체에 3천만원을 요구하는 협박편지가 날아들명서 비롯된 이「한국판 모리나가 사건」은 사건발생 1개월후인 1월26일 공개수사로 전환한후 5일만에 범인을 검거함으로써 큰불은 껐으나 수많은 모방범죄가 꼬리를 무는 부작용을 낳았다.
심지어 중학생·구두닦이까지 한몫을 거든 모방범죄는 부산·대구·대전등 전국의 주요도시와 호텔·백화점·병원등에 까지 파급됐다.
올 한햇동안 일어난 협박사건만도 33건이나 되며 30명이 검거돼 28명이 구속됐다.
이 모든 협박사건을 촉발시킨 대학 영문과 출신의 인텔리 협박범 신길현씨(38)는 지난 9월28일 대법원에서 10년징역이 확정돼 현재 안양교도소에서 복역중.
『가슴이 떨려 남편면회를 가지 못하고 있다』는 신씨의 부인(32)은 최근까지 일당 5천원에 M백화점의 판매원으로 일하다 현재는 손을 놓고 있으며「동네에 부끄러워」1남2녀와 함께 서울 만리동의 친척 전세방에 얹혀 살고 있다.
신씨소유의 30년 된15평짜리 용두동집을 혼자지키고 있는 신씨의 노모(77)만이 한달에 한번 꼴로 아들을 면회하고 있다.
「시민의 한사람으로서」친구 신씨를 경찰에 신고해 한국식품 가공업 협회로부터 현상금 3천만원을 받은 이웅엽씨(38·부동산업·서울대림3동102).
한때 공범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던 이씨는 지난 6월16일 자신의 포니승용차에 가족을 태우고 약수터에 놀러가다 전신주를 들이받아 자신은 혀를 다치고 갈비뼈 5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으며 부인(30)은 왼쪽다리의 인대가 끊어지고 장남과 장녀도 전신에 타박상을 입는등 전가족이 크게다쳐 1천만원가량의 치료비를 써야했다.
세금 9백여만원을 빼고 받은 현상금은 이때의 치료비와 현재의집(독채전세1천만원)으로 이사하는데 다썼다.
이씨는 1개월전부터 인천의 친구복덕방에 나가 일하고 있는데『친구신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으나 신고한 것 자체는 지금도 떳떳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범인의 요구에따라 A사와 B사가 온라인 예금통장에 입금시킨 6천만원은 그동안 1%의 보통예금 금리 60만원이 덧붙은 채로 제일은행 용두지점 보통예금 온라인153∼10∼115264구좌에「원영일」명의로 그대로 예치돼 있다.
범인 신씨가 확정판결 받기만을 기다려온 두회사는 변호인들을 통해 은행을 상대로「부당이익금 반환청구소송」을 낼준비를 하는 중이고, 은행측은 절차상 이소송에 질 경우에만 예치된 돈을 회사측에 양도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
강추위 속 3일동안 철야잠복 끝에 범인신씨를 검거한 용산경찰서 형사1반은 신극노경사등 5명전원이 1계급특진의 영예를 누렸고, 이들을 지휘한 같은 경찰서의 강찬기경정(수사과장)·성춘봉경감(형사계장)·정선길경위(형사주임)는 그뒤에도 B사(2월발생)·E사(동)·B사(11월발생)협박범을 잇달아 검거, 「협박사건 삼총사」란 별명을 얻었으며, 특히 성계장은 겹친 과로로 지난 10월 쓰러져 20여일동안 병원에 입원했다.
범인 신씨에게「윤철우」「원영일」이라는 이름의 한글도장을 파주었던 제기동 미도파 백화점 건너편의 남광현씨(26)와 안덕동씨(40·용두동73의5)는 같은 장소에서 그대로 영업중.
남씨는『협박용으로 사용한 도장을 새겨 주었다는 생각을 하면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든다』며『그뒤론 어쩐일인지 장사가 잘 안되는 같다』고 울상.
협박사건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뭐니뭐니해도 사건초기범인 신씨의 협박대상이 됐던 4개 식품회사들.
문제가 된제품의 생산을 한동안 중단하고 대학생들까지 동원해 각 점포를 감시해야 했던 회사들은 그러나 한결같이 그로인한 손해액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다.
오히려 사건이 의외로 빨리 매듭지어 졌고 새로운 포장방법과 상품을 개발해 적극적인 판매전략을 세운데다 국민(소비자)들의 동정까지 받아 작년 매출액보다 15∼20%씩 신장했노라며 지나간 악몽을 잊으려 애쓰고있다
그러나 정초나라안을 온통 뒤집어 놓았던 끔찍한 내용의 협박편지 13통중 범인 신이 자백한 6통은「임자」를 찾은 셈이나「오영권」「최춘식」「김지혜」등 명의의「임자없는 편지 7통」은 미스터리로 아직 풀리지 않은채 악몽의 협박사건이 해를 넘기게 됐다.<고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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