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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의원 특권 내려놓기?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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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호 1 면

? VIP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이정민입니다.


?? 13대 국회 당시 야당의원이던 고 노무현 전대통령,이해찬 의원,이상수 전 의원이 '노동위 3총사'로 불리며 맹위를 떨쳤던 걸 기억하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1988년 여소야대 정국속,국정감사 제도가 부활되고 5공 청문회가 열리면서 야당의 활동 공간이 넓어지자 이들 소장파 의원들은 공동전선을 폈죠. 힘을 합쳐 정부의 실정을 파고들고 비리를 폭로하면서 이슈를 제기하고 정국을 주도했습니다. '청문회 스타'로도 이름을 날렸던 3총사 주위엔 '특종'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기자들이 밤새토록 진을 치곤 했다고 합니다. ? 초선 의원 1년차에 불과했던 이들이 정국을 좌지우지하는 스타 정치인으로 급부상하게 된 비결은 보좌관들이었습니다. 지금보다 보좌관 숫자나 처우가 열악했던 시절,특히 야당가에선 변변한 정책 보좌를 할만한 전문가를 찾기 어렵던 때였죠. 그래서 꾀를 낸게 '공동보좌관'이었습니다.?? 세 의원실 소속 보좌관들의 월급을 모두 거둬 n분의 1로 나눈뒤 필요한 만큼의 보좌관을 추가로 채용해 하나의 팀을 이뤄 호흡을 맞췄습니다. 당시 초선이던 노 전대통령은 자신의 세비 중 봉급에 해당되는 금액만 가져가고 입법조사활동비·자료수집비 같이 수당에 해당되는 액수는 보좌관들에게 내놓는 걸로 힘을 보탰답니다. 이렇게 해서 '규정외 보좌관'을 여러명 더 확보할 수 있었고 팀을 이뤄 공동작업을 하니 정부의 구멍을 파고드는데 훨씬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죠. 형식으로만 보면 국회법에 없는 보좌관을 채용했고 보좌진의 월급을 거둬 돌려막기를 했으니 규정 위반이거나 편법일테죠. 하지만 여론은 이런 행태를 비난하기 보다 이들에게 더 큰 갈채를 보냈습니다. 부패의 고리를 파고들어 정부의 잘못과 비리를 적발해내는등 눈에 보이는 '수확'을 올렸기 때문이죠. 잘못을 바로잡고 일하는 국회를 위한 편법에 국민들은 관대하게 눈감아줬습니다.


?? 20대 국회 벽두부터 '여의도'가 특권·갑질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습니다. 일부 보좌진의 월급을 빼돌려 등록돼 있지 않은 보좌관 급여와 사무소 운영 경비로 쓴 의원이 검찰에 고발됐고 보좌진으로부터 후원금을 상납받고, 가족과 친인척을 인턴이나 보좌진에 채용했다 덜미를 잡힌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걸 보고 앗 뜨거워라 싶은 의원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논란이 불거진 뒤 이달까지 국회에 등록된 보좌진 40여명이 면직 처리됐다니 말입니다.? 비난여론이 따가워지자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모여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와 보좌진 후원금 징수 금지를 약속하는등 불끄기에 나섰지만 성난 민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자 국회 사무처까지 나서 의원 보좌진이나 국회 사무처 직원등 국회 공무원의 윤리의식을 강화하기 위한 '행동강령'을 이달중에 내놓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요지경도 이런 요지경이 없습니다. 스스로 헌법기관이라고 자처하는 '선량'들이 자신의 보좌관 뽑는 것까지 규제받아야 하다니요. 역차별이라면 이런 역차별도 없겠지요.? 하지만 이런 현실은 정치인 스스로 초래한 일이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공익에 눈감고 사익을 쫒는 정치,신념은 상실한 채 계파와 패거리 이익에 목숨거는 패거리 정치,줄서기로 공천이 결정되는 로또식 정치 풍토가 낳은 '괴물'이죠.13대 국회 '노동위 3인방의 신화'가 더 그리워지는 이유입니다.


?? '특권 내려놓기'가 요즘 정치권의 유행어가 됐습니다. 불체포 특권,면책특권 포기,공항 귀빈실 이용 금지 등이 거론됩니다(역대 국회에서도 거론됐다가 결국 용두사미가 됐습니다만).?? 하지만 누구도 거론하지 않고 있는 '진짜 특권'은 따로 있습니다. 그건 국회의원끼리 절대 경쟁하지 않도록 돼있는 지금의 선거제도입니다. 소선거구제 하에선 선거전은 치열할지 모르지만 4년 임기동안은 현역의원 독무대가 펼쳐집니다. 당선되는 순간 현역의원 중심의 거대한 담합 구조에 편입되는 거죠. 의원끼리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풍토에서,유권자를 위한 충성경쟁은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장수는 큰 전쟁에서 나오고 큰 장사꾼은 큰 시장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마찬가지로 큰 정치인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겠죠.?? 현역 의원끼리 경쟁하는 정치의 한 방법은 중선거구나 중대선거구로의 전환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지금의 선거구 다섯개쯤을 하나의 선거구로 묶어 여야의 현역 의원이 함께 경쟁하는 구도가 된다면 어떨까요? 당내 실력자에게 줄서기보다 유권자에게 충성하기 위한 경쟁,사익이 아닌 공익을 추구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되지 않을까요. 답답한 마음에 잠깐 이런 상상을 해봤습니다.


?? 이번주 중앙SUNDAY는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에 이은 MD 편입 논란과 향후 전망,한중 관계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김민석 군사전문기자가 여러분의 궁금증을 속시원히 풀어드릴 겁니다.? 최근 싱가포르대·홍콩대·난양공대등 중화권 아시아 대학들이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도약하고 있는 비결을 해부했습니다. 선진국 대학들이 빛의 속도로 진화하는데 비해 갈라파고스적 지체 현상에 빠져 있는 한국 대학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볼만한 개혁 스토리들이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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