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격전드라머 월드컵축구 기사회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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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1월3일 잠실올림픽스타디움. 늦가을 하오3시의 화사한 햇살이 녹색그라운드를 짙게 물들이고 있는가운데 숙명의 맞수 한일대결이 펼쳐졌다. 일찌기 볼수없던 국민적인 관심, 폭발적인 흥분이었다.
월드컵축구최종 예선 최종전. 이미 1차전 어웨이 경기에서 2-1로 승리, 여유를 갖고있는 한국은 일본에 비해 여러모로 유리했다. 전력도 한수 위였다.
여기에 일본에만은 지지않는다는 자신감과 강한 투혼이 역연했다.
천지를 뒤흔들한 함성이 터진것은 후반16분. 페널티에어리어 좌측 모서리에서 일본수비를 제친 최순호가 회심의 강슛을 터뜨렸고 볼이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오자 비호같이 달려든 허정무가 그대로 찔러넣어 일본 네트를 갈랐다.
이 한골이 한국축구의 멕시코행꿈을 실현시킨 것이다.
전국이 이 역사적인 승리에 열광했고 승리의 주역들에겐 온갖 찬사와 함께 뜨거운 갈채가 쏟아졌다. 처음으로 『축구영웅의 칭호』까지 붙었다.
한국의 월드컵축구 본선진출은 지난54년 스위스대회에 이어 두번째. 한국축구가 32년의 한을 풀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거듭된 좌절에 탄식해야했고 금년들어 탈락위기의 벼랑에서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다.
또 한때는 주전의 부상으로 무리한 강행군을 하지않으면 안되었다. 복히 지난3월 예선1차전에서 복병 말레이지아에 덜미를 잡혔을때에는 절망에 빠졌으나 감독교체(문정식→김정남)와 함께 심기일전, 재기의 발판을 만들었다.
재무장한 월드컵팀이 믿기 힘든 역전드라머를 연출, 끝내 뜻을 이룰수 있었던 것은 선수·코칭스태프의 팀웍과 자각, 그리고 협회의 뒷바라지에 힘입은 것이었다. 협회가 그동안 들인 투자액이 무려 9억원. 멕시코 고원행 티킷값 치고는 실로 엄청난 액수인 셈이다.
뿐아니라 한국축구의 멕시코고원등정은 지난83년 출범한 슈퍼리그와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슈퍼리그는 출범이래 대표선수의 산실로서, 축구붐조성의 무대로서 큰 기여를 했다고 할수있다.
최근 일본축구가 한국에 패한데 자극받아 프로화를선언, 프로창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것이 이를 증명한다.
세계로 비상하는 한국축구. 내년 멕시코하늘에 울려퍼질 꼬레아 팡파르를 기대해본다.

<전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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