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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계속」이 유일한 성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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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10차 남북적십자회담은 쌍방간에 회담을 중단하지않고 계속한다는 합의만으로 끝났다.
3, 4일 이틀간 두차례의 회담결과 쌍방은 이산가족문제에 접근하는 입장과 문제해결방식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을 선명하게 부각했다. 이것은 남북 이산가족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염원하는 측면에서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의 주장에 대한 정확한 진의마저 탈색되지 않았던 현실에 비추어본다면 그것은 역설적으로 일단의 진전으로 평가돼도 좋을것 같다. 상대에 대한 정확인 인식을 토대로 서로 절충하려는 단계로 접어들수 있기 때문이며 이에 관해서는 상투적 수사일지는 모르나 우리측 이영덕수석대표나 북적측 이종률단장도 같은 맥락으로 지적한바 있다.
양측의 근본적 대립점은 우선 문제해결의 접근방식 차이에 있다. 우리측은 이미 합의된 의제 5개항에 대한 방안의 일괄제안→일괄토의→일괄해결 방식인데 비해 북한측은 의제 5개항중「자유왕래」문제만 우선적으로 해결하자는 단계론을 고집하고있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측은 8차회담때 합의한 대로 해결방안을 제시, 일괄해결 하자는 것인데 비해 북한측은 자유왕래 문제만 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대립이 나오게 된배경은 이렇다. 남북쌍방은 70년대초 예비회담과 제1차 본회담에서 의제를 5가지로 정했다. 그것은 이산가족 친지의 ①주소와 생사확인문제 ②자유 왕래 문제 ③서신 교환문제 ④재결합 문제 ⑤기타문제이다.
우리측은 이같은 의제를 놓고 상방간에 합의되는 것부터 순차적으로 해결하자는 입장이있으나 북한측은 의제5개항의 일괄해결방안을 고집했다. 북한측은 그러나 우리측이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자 이번에는 거꾸로 단계적 해결론으로 후퇴함으로써 의제의 실질 토의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있는 것이다.
우리측이 합의에 따라 제9차회담때 5개항 의제에 관해 해결방안을 제시한 합의서 (안) 3개를 제시했으나 북한측 자유왕래에 관한 합의서 초안만 내놓았다.
북한측으 5개 의제중 자유왕래 문제가 가장「중심적」이기 때문에「선결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사실상 의제 5개항을 단1개로 수렴하려는 자세다. 자유왕래가 되면 그밖의 것은 저절로 해결된다는 일견 그럴듯한 논리를 펴고있다.
그러나 그 논리는 인도적 적십자사업을 하겠다는 회담본래의 정신과는 어긋나는 정치적 목적에 회담을 이용하겠다는 의도로 밖에는 볼수가 없다. 즉 적십자사간의 인도적 사업을 하겠다는 자세라기 보다는 정치적 전술적 이용에 주 목적이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그들이 9차때 제시한 「자유왕래 이외의 기타방도에 관한 제안」에 나타난 내용에서 한층 뚜렷해진다. 예컨대 이산가족은 반드시 상대지역에 찾아가서 가족을 찾아야한다, 또 서신 왕래문제와 관련해 자유왕래자들을 통해 구두 또는 서면으로 전달하다는 등의 비합리적 방안을 제시했다.
더욱 신체상 연령상 기타사정으로 자유왕래가 불가능한 사람은 제3자인 대리인도 파견할수 있으며 그 대리인은 그가 원하는 다른지역을 갈수 있다고 규정하는 등의 여러 함정을 파고있다.
또 70년대 사업대상에서 제외키로 합의한「친우」문제를 새삼 거론한 점도 그렇다.
한적이 실무적 자세에서 문제를 풀어가려는데 반해 북적은 정치적·전술적 차원에서 문제접근을 하고있는 셈이다.
이 점은 쌍방이 10차회담에서 내놓은 곁가지 제의에서도 드러난다. 한적은 지난 9월의 1차 고향방문단 상호교류의 성과를 토대로 2차 구정교류및 1차 상봉자들의 서신 교류방안을 제의, 한걸음 한걸음 이산의 벽을 허물려는 자세를 보였다.
북한측은『1차 고향방문단 교환은 8.15광복 40돌을 기념하고 이산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기위한 상징적 사업이었지만 이제 그런 계기는 없어졌다』고 냉담하게 일축했다.
그런반면 북한은 쌍방대표단의 비행기 이용 왕래를 거듭 제의했고 이문제는 앞으로도 해결돼야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본질문제와는 전혀 관련없는 교통수단을 놓고 새로운 쟁점으로 사겠다는 뜻이다.
북한측은 또 내년 2월26, 27일 이틀간으로 잡힌 제11차 평화회담이 우리의 연례적인 팀스피리트 훈련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북측대변인은『적십자 회담도 다른 회담과 마찬가지로 회답 분위기가 좋아야하며 남측이 분위기를 좋게 하리라 기대한다』 고 말했다. 이것은 금년 정초의 남북경제회담의 유산처럼 남북적회담도 연기될 가능성을 암시한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팀스피리트훈련은 한미간에 연례적으로 실시돼온 정기군사 훈련이어서 안할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때 남북적 회담은 정치성을 개입시키려는 북한의 일관된 대남전략에 따라 영향을 받게되어 있어 회담자체가 이어지는 것만해도 걱지않은 성과인 듯하다. <이수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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