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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시험장이 따로 없네" 의성 손형래씨의 귀농

조인스랜드

입력

[농촌진흥청기자]

"저는 건축 일을 하고 있었고 부모님께서 주유소와 농사 일을 겸하고 계셨어요. 가끔 일을 도우면서 직접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마침 기회가 돼서 귀농을 결심하고 의성으로 왔죠."

경북 의성군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던 손형래씨의 부모님은 주유소 주변 2,100m²의 밭에 대추나무를 재배했다. 대추 농사도 비교적 잘 되고 있었지만 손씨의 귀농과 앞으로 가능성을 고려해 손씨가 본격적으로 귀농한 2007년 사과나무로 전향했다.

그리고 2009년에 주유소를 완전히 정리하고 현재는 과수원에 전념하고 있다. 손씨의 고향은 농촌이었지만 중학교때부터 도회지에서 학교를 다녔고, 부모님도 농사를 전문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농사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2007년 6월부터 3개월 간 여주농업경영전문학교에서 도시민농업창업교육을 받았다. "작물 재배의 기본을 배운 것도 물론 도움이 많이 됐지만 귀농을 준비하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된 것이 좋았어요." 교육기간 동안 만나서 함께 공부하고 미래를 꿈꿨던 동기들과는 아직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귀농인들 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적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은 종종 부딪게 되는 힘들고 막막한 순간들을 이겨내는 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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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연구하다

손씨는 사과 후지 품종을 M9대목으로 초밀식해서 조성 했으며, 새장방추형으로 재배하고 있다. 같은 해 농림수산 식품부로부터 우수 창업농 해외연수 대상자로 선정된 손씨는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에서 사과밀식재배가 보편화 된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과나무를 심고 2년차부터 수확하기 시작했어요. 수확한 사과는 우선 택배와 공판장을 통해 판매하고 있죠."

수확한 사과는 택배와 공판장 출하로 전량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판로에 대한 걱정은 없다. 수확 첫해 지인들 10여 명을 통해 판매된 사과가 입 소문을 타면서 고객들이 점점 늘어 많을 때는 300여 명의 고객들로부터 주문이 들어오기도 했다.

손씨는 식재 후 2년차에 18kg 상자로 250상자를 수확한데 이어 3년차에 800상자, 지난해에는 700상자의 사과를 수확해 면 적에 비해 상당히 높은 생산량을 나타내고 있다. M9초밀식재배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는 손씨의 과수원에는 다른 지역의 사과농장이나 관련기관에서 종종 견학을 오기도 한다.

손씨는 사과를 단순히 재배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구수준의 다양한 실험을 병행하고 있다. 재배간격을 좁히고 그에 맞는 수형을 찾아보기도 하고, 사과나무를 약 1m 높이에서 옆으로 누워 자라도록 유도해 수확이 편리한 수형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또한 보다 깊이 있는 사과연구를 위해 경북대학교 원예학과 과수실험실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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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를 위한 체계적 재배기술서 필요

"지금도 그렇지만 귀농을 시작하면서 많은 책과 자료들을 찾아봤어요. 경험도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사과재배를 시작하려니 체계적으로 정리된 재배기술서가 절실했어요."

귀농교육을 받기 전에는 거의 독학으로 사과재배를 시작해야 했던 손씨는 사과재배의 전 과정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기술서가 필요했지만 마땅한 것을 찾지 못했다. 비교적 내용이 잘 정리된 책들도 모든 현장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초보자에게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

이러한 어려움은 귀농 5년차가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사과를 재배하면 서 재배상의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확하게 문제를 찾아 해결하고 싶어 도 어떤 부분이 잘못된 것인지를 꼭 집어주는 책이나 자료를 찾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영양관리에 대해서는 배울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아 자체적으로 실험하고 연구해서 적당한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나무를 심을 때는 '해외 선진 사과재배 기술'이란 책이 많은 도움을 줬어요." 손씨는 지금도 필요할 때마다 꺼내본다는 '해외 선진 사과재배 기술(윤태명 편저)'이란 책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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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쉽지만은 않네

"직접 농사를 지어보니 여러 가지 어려운 점들이 있더라고요. 농사 자체도 그렇지만 생활환경도 많은 개선이 필요할 것 같아요." 우선 농사 자체는 생물을 다루는 일이고 여러 가지 환경요소에 복합적인 영향을 받다보니 마음처럼 안 되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후변화가 심해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도 농가에서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은 알아서 하되 그 이상의 부분은 농가와 농업지도기관이 함께 연구하고 해결해나갈 필요가 있다.

서씨는 또한 큰 불편을 겪었던 경험담을 이야기 하며 농촌의 기반시설이 여전히 열악함을 강조했다.


문화, 의료, 교육 등 삶의 질과 관련된 환경이 낙후되다보니 귀농인들이 농촌에 사는 것을 상당히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데, 이를 당연시 여길 것이 아니라 농촌 환경개선에 적극적인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한 번은 장염 때문에 새벽에 병원에 가야할 일이 있었는 데 가까운 곳에 당직병원이 없어 안동까지 가야했던 경험이 있다. 농촌환경을 개선 하면 귀농·귀촌이 늘어날 것이고 그렇게 인구가 늘어나면 농촌도 발전할 수 있으므로 조화로운 정책을 통해 상생발전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서씨는 말했다.

"도시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많은 육체노동을 해야 하고,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 되는 등의 어려움도 있을 수 있어요. 이런 어려움은 꾸준한 체력관리와 철저한 작업준비를 통해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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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지원금은 꼭 필요한 곳에

"귀농지원금을 비롯해서 농가지원금이나 보조금이 여러 가지 있는데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많은 귀농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 중 하나는 농가지원 및 보조사업의 형평성이나 효율성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것인데, 서씨 역시 이 부분에 많은?과의 인맥을 통한다거나 대규모 농장에 몰리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원금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경영 구조를 개선하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어요. 지원금을 받는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지원을 받은 돈이다 보니 불필요한 지출이 많아지고 결국 농가부실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거 든요."

농가지원금에 대해서는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꼭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서씨의 주장이다.


천천히 그리고 신중히

"조금은 천천히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정말 돈을 많이 벌어도 이 생활자체가 아닐 수도 있거든요." 서씨는 귀농 전 2~3년 정도 주말농장을 통해 농사일을 체험하면서 정말 귀농이 자신에 맞는지를 몸으로 느껴봤다.

그렇게 신중히 내린 결정이지만 귀농은 또 다른 현실이었다. 하물며 막연한 기대만으로 귀농에 도전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서씨는 또한 예비 귀농인들에게 자본이 어느 정도 마련된 상태에서 시작할 것과 필요하다면 돈을 주고라도 컨설팅을 받아서 체계적으로 시작할 것을 권했다.

"답답한 도시생활에 비해 시간적, 마음적으로 상당히 여유롭고 수입도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아서 만족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가족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기도 하지만 보다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귀농생활에서 씨는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자료 출처 : 농촌진흥청 귀농귀촌종합센터(농림수산식품부, 새싹농부! 희망을 노래하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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