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S7 덕에 8조 깜짝실적, 그래도 웃을 수 없는 삼성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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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수준의 이익을 냈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매출 50조원, 영업이익 8조1000억원의 실적(잠정치)을 냈다고 7일 발표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3%, 영업이익은 17.4% 늘었다. 1분기와 비교해도 매출(49조7800억원)은 비슷했는데 영업이익(6조6800억원)은 21.3%나 많았다. 이 회사가 8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것은 2014년 1분기 이후 9분기(2년3개월) 만이다.

IT모바일 부문 영업익 4조5000억
아이폰 주춤, 마케팅비 절감효과도
스마트폰 의존도 55% 넘어서
“호실적이 한번에 쇼크로 바뀔 수도”
바이오 제외한 신수종 사업도 주춤

깜짝 실적의 주역은 단연 스마트폰 ‘갤럭시S7’이다. 올 3월 출시된 갤럭시S7은 2분기에만 1500만 대가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서는 스마트폰 사업을 관장하는 IM(IT모바일) 부문에서만 4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분석한다. 올림픽으로 글로벌 TV 특수를 누리면서 소비자 가전 부문이 1조2000억원, 가격 회복세를 보이는 반도체 부문이 2조5000억원을 보탰다.

하지만 실적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는 게 회사 안팎의 분위기다. 우선 영업이익의 내용이 다소 아쉽다. IM 부문의 영업 이익 상승은 스마트폰이 많이 팔리기도 했지만 마케팅 비용 절감도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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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마케팅 비용은 경쟁사 제품이 어떤가에 따라 달라진다. 애플 스마트폰이 강하면 삼성의 마케팅 비용도 올라간다는 얘기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6SE가 시장의 주목을 끌지 못한 데다 다른 경쟁사들의 제품력도 시장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삼성전자는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대당 80만~90만원인 스마트폰 제품에서 마케팅 비용을 수십만원씩 쓰느냐 여부는 영업이익에 크게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부품 가격 하락도 수익성 강화에 도움이 됐다. 특히 갤럭시S7의 경우 ‘엣지’ 제품의 판매량이 50%를 넘어섰다. 엣지 제품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수율(불량품 없이 생산해 내는 비율)에 따라 수익성이 영향을 받는다. 곡면으로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다 보면 불량률이 많아 버려지는 패널이 늘어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S6엣지와 달리 S7엣지는 디스플레이의 수율이 높아지고, 가격은 떨어지면서 원가 경쟁력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엣지 제품은 평면 제품에 비해 출고가가 10만원 가까이 비싸다.

이 밖에 반도체에서는 D램 메모리 가격이 2분기 들어 회복세를 보였다. 또 디스플레이는 적자가 나는 LCD 부문의 생산을 줄이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1분기 적자였던 디스플레이는 이번에 2000억~3000억원대의 흑자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매출의 89%를 해외시장에서 올리기 때문에 환율도 이익에 큰 영향을 미친다. 2분기의 경우 달러당 원화값이 완만한 약세였다. 업계에서는 달러당 원화값이 100원 떨어지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7000억~8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매출 중에서 IM 한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도 고민이다. 2분기에 IM 부문이 삼성전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 한 가지 제품에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좌우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요는 정체돼 있고, 시장 변화가 빠르다는 게 IM 부문의 한계”라며 “IM 부문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게 호실적을 이끌기도 했지만 한순간에 언제든 어닝 쇼크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갤럭시S3와 S4의 연이은 성공으로 삼성전자는 2013년 3분기에 영업이익 10조원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으나 후속 히트작이 나오지 않으면서 1년 만에 영업이익이 반 토막(2014년 3분기 4조600억원) 난 적이 있다.

삼성전자 이외 계열사의 성적이 신통치 않은 것도 삼성그룹엔 부담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200조65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나머지 58개 계열사의 매출을 다 합쳐도 삼성전자 매출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2005년 절반 수준이던 비중이 더 커지면서 “전자만 성장하고 후자(기타 계열사)는 정체한다” “삼성그룹=삼성전자”라는 얘기가 나온 지도 꽤 됐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의존도, 그룹의 삼성전자 의존도를 감안하면 결국은 삼성 그룹 전체가 스마트폰 사업의 출렁임에 따라 움직인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중국의 스마트폰 생산 경쟁력이 무섭게 성장하는 상황은 그룹 전체에 큰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룹의 전자 의존도, 전자의 IM 의존도가 깊어지고 있지만 이를 타개할 신산업이 보이지 않는 점도 고민거리다. 삼성그룹이 2010년 발표한 ‘5대 신수종 사업’ 중 바이오·제약을 제외하면 뚜렷한 진척을 보이는 분야가 없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3M의 경우 성과를 측정할 때 단순한 영업이익만이 아니라 신사업 모델에서 낸 영업이익이 얼마인지를 따로 분석할 정도로 미래 먹거리를 중시한다”며 “새 상품이나 서비스로 벌어들인 돈이 많지 않다는 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박태희·임미진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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