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사오정] 사진기자들의 협상법…카메라로 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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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나오다 사진기자들과 마주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7일 오전 11시 쯤, 국회 본관 2층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 앞에 사진기자 10여 명이 모여있다. 10여 분 전부터 같은 당 초선 의원들이 속속 원내 대표실에 도착하고 있었다. 우 원내대표가 간담회를 위해 당 소속 초선의원들을 '소집'한 것이다. 최근 초선 의원들이 잇따라 구설수에 오르자 우 원내대표가 내부 단속을 통해 같은 실수를 막고자 마련한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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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 의원이 회의실 입구에 도착하고 있다. 표창원 의원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조응천 의원은 상임위에서 대법원 양형위원을 '성추행범'으로 폭로했다가 철회했고, 표창원 의원은 경찰관과 여고생의 부적절한 성관계에 대해 "잘생긴 경찰을 배치할 때부터 예견됐다"고 하는 등 더민주 소속 초선의원들이 잇따라 설화에 휘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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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회의실 문에 `비공개` 팻말이 걸려 있다.

이런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우 원내대표실을 찾은 사진기자들을 가로막은 것은 문 앞에 걸린 '비공개' 팻말이었다. 회의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사진기자들은 회의실 문이 열릴 때마다 발 뒷꿈치를 들고 팔을 들어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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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표절 의혹을 제기한 손혜원 의원이 간담회장에 도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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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들은 초선의원들이 도착할 때 열리는 회의실 문 너머로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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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 의원이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다.

회의시작이 임박한 시간, 우 원내대표가 사진기자들 등 뒤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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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나오는 우상호 원내대표.

약속이나 한듯이 사진기자들은 일제히 뒤로 돌아 화장실 문 앞을 향해 카메라를 겨눴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볼일을 마치고 화장실을 나오던 우 원내대표가 놀란 눈으로 사진기자들을 바라봤다.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이고, 셔터소리가 '드르륵 드르륵' 요란하게 울렸다. 카메라 뒤에 숨겨진 짓궂은 표정의 사진기자 얼굴을 발견한 우 원내대표의 얼굴에도 미소가 흘렀다. 우 원내대표는 곧 사진기자들의 의도(회의장 공개)를 알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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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에 참석한 의원들이 손혜원 의원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사진기자들과의 즉석 협상을 통해 '시작전 잠시 공개'를 약속한 뒤 회의실로 들어갔다. 사진기자들이 취재하는 동안 간담회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표절의혹을 제기한 손혜원 의원에게 박수를 쳐주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곧이어 비공개로 전환된 뒤에는 우 원내대표의 설명과 주의 환기, 격려 등이 이어졌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박종근 기자 park.jo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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